/사진=S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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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콘텐츠 시장에서 또 하나의 히트 IP(지식재산권)가 탄생했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 올 방송가 최대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며 막을 내렸다. 국내 시청률 수치는 물론 글로벌 OTT 플랫폼 정상까지 휩쓴 이번 성과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한국 영상 미디어 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적 이정표를 동시에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기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스토리텔링, 중년층을 겨냥한 시장성 재발견, 여기에 국내 최초 '풀(Full) AI' 시퀀스 도입이라는 기술적 도전까지 결합하며 K드라마의 제작 생태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민국 절반이 봤다…숫자로 증명한 IP 파워

26일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김부장' 최종회는 수도권 시청률 23.4%, 전국 23.0%를 기록한 데 이어 순간 최고 시청률은 27.1%까지 치솟았다. 10회 연속 동시간대 전 채널 1위를 지킨 것은 물론 역대 SBS 금토드라마 시청률 2위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산업적 지표는 '도달률'이다. 1회부터 최종회까지 본방송과 재방송을 포함한 누적 TV 시청자 수는 2563만 8593명으로, 누적 도달률 52.56%를 기록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화면 앞으로 모여든 셈이다. 광고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2049 표적 시청률 역시 최고 9.42%를 찍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파급력을 과시했다.

국내에서의 열풍은 곧장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졌다. '김부장'은 세계 최대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3주 연속 차지했다. K드라마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국경을 초월하는 부성애 코드, 여기에 고난도 액션 연출이 결합하며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와 유럽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OTT 시장에서 한국의 액션 및 스릴러 장르물이 보편적인 흥행 공식으로 안착했다"며 "김부장은 웹툰 원작의 팬덤을 흡수하는 동시에 TV 방송과 글로벌 OTT 서비스를 동시 타깃팅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김부장'
/사진='김부장'

'아저씨 히어로'의 재발견…세대 공감과 오락성의 결합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김부장'의 흥행은 방송계에 다시금 '아저씨(중년 남성)' 서사의 가치를 입증한 계기가 됐다. 그간 청춘 로맨스나 판타지에 치우쳤던 미니시리즈 시장에서, 팍팍한 현실을 견디는 가장의 애환과 액션 쾌감을 접목해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주인공 김부장(소지섭 분)은 회사에서는 융통성 없는 인물로 여겨지고 집에서는 딸의 눈치를 보는 소시민이다. 그러나 딸이 위험에 처하자 봉인했던 특수요원 본능을 드러내며 악당들을 궤멸시킨다. 무기력한 현실을 살아가는 중년층에게는 강력한 대리만족을, 젊은 층에게는 '가족을 지키는 강한 아버지'라는 서사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시청층을 대폭 확장했다.

배우 소지섭을 비롯해 최대훈, 윤경호가 구축한 '아빠 유니버스'는 특유의 유쾌한 생활 코미디와 진한 연대감을 선사하며 작품의 외연을 넓혔다. 평범한 가장이 현실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슈퍼맨적 기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중성을 확보하기 가장 좋은 소재다. 김부장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복수극에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적절히 배치해 대중적 완성도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부장' AI 생성 이미지. 사진=모피어스 스튜디오 제공
'김부장' AI 생성 이미지. 사진=모피어스 스튜디오 제공
산업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도전으로 꼽히는 대목은 단연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의 전면 도입이다. '김부장'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약 3분 분량의 주요 액션 시퀀스를 100% AI 기술로 연출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AI 영상 콘텐츠 전문기업 모피어스 스튜디오가 자체 플랫폼 '에이크론(AICRON)'을 활용해 제작한 이 시퀀스는 주인공 김부장의 과거 북파 공작원 시절 임무를 다뤘다. 북한 배경의 건물 폭파, 눈길·터널 차량 추격전, 수중 침수 및 인양 등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고난도 장면들이 AI 기술을 통해 완성됐다. 특히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던 등장인물의 클로즈업 컷까지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 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는 이번 작업에 대해 "단순히 몇 초짜리 효과를 대체하는 차원을 넘어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퀀스 전체를 AI로 완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AI가 기획력을 갖춘 창작자들에게 뛰어난 제작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부장'의 성공은 IP 확장성과 제작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 원작 IP를 바탕으로 출발해 TV 시청률 20% 돌파, 글로벌 OTT 1위, AI 제작 기술 상용화라는 연속적인 스핀오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S의 홍성창 대표는 "소지섭, 최대훈, 윤경호 등 배우들의 열연과 깊은 부성애가 전하는 공감대, 시원한 액션 연출이 완벽히 어우러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콘텐츠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