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 한마디에 '뚝딱'…평범한 공무원이 만든 AI 정체
“전문 개발자가 아니라 실무에 밝은 현장 공무원들이 만들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기승 법제처 법령정보총괄과 사무관(사진)은 24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으로 법령 및 판례를 찾아주는 ‘AI 법령비서’를 선보인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사무관은 같은 과 손중근 과장, 백찬황 사무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자들과 협력해 이 서비스를 직접 개발했다.

◇ 행안부·과기정통부 등과 협력 개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지방직 공무원이 된 이 사무관은 10여 년 전 법제처로 옮긴 뒤 줄곧 정보화 업무를 담당했다. 지금은 정부 입법 절차를 지원하는 정부입법지원시스템 재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그동안 업무 과정에서 AI 서비스를 활용해왔지만 AI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산 시스템과 법제 업무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AI 법령비서 개발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행정 업무 전반에 AI를 도입하라고 지시한 지 고작 한 달여 만에 시범 서비스가 나왔다. 법령과 행정규칙, 대법원 판례, 자치법규 등 약 24만 건의 데이터를 학습했으며 일상 언어로 질문하면 관련 법령과 판례를 비교·분석해 답변한다. 법령입안심사기준 등 법제처의 전문성이 담긴 5개 기준서도 포함됐다. 이 사무관은 “기존 법령 검색 시스템이 필요한 법조문을 찾는 수준이었다면 AI 법령비서는 관련 법령과 판례를 분석해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답변까지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 모호하면 되묻는 AI…‘환각’ 제거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다름 아닌 ‘품질’이었다. 그는 “방대한 법령과 판례, 자치법규를 사용자의 실제 질문과 정확히 연결하는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다”며 “적합한 답변을 얻기까지 지시문을 수십 차례 수정·보완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질문을 법제 업무 유형별로 분류하고, 질문 성격에 따라 먼저 참조할 데이터를 다르게 설정했다.

특히 경계한 것은 AI가 존재하지 않는 법조문이나 판례를 사실처럼 제시하는 ‘환각’ 현상이었다. 개발팀은 AI가 반드시 정부가 제공한 법령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은 뒤 답변하도록 제약을 두고, 질문이 모호하면 임의로 추론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되묻도록 설계했다. 이 사무관은 “그 결과 환각 현상 없이, 제공된 법령 데이터 범위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답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AI 법령비서가 공무원의 법적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답변은 정책 결정과 법 집행 전에 참고하는 중간 검토 자료로만 활용된다. 이 사무관은 “AI가 관련 법령과 판례를 찾아 비교·분석하고 1차 참고 의견을 제시하면 법령 검토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시범 기간에 발견한 오류와 공무원 의견을 반영하고 연말까지 판례·자치법규 데이터를 보강해 내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