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2분기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용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판매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인텔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10% 넘게 올랐다.

◇매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

'깜짝 실적' 인텔 "CPU 전례없는 수요 강세"
인텔은 지난 2분기 매출 161억달러(약 23조5000억원), 영업이익 17억9000만달러(약 2조62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11년 3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2분기 매출 추정치인 144억2000만달러(약 21조1200억원)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2센트로 월가 추정치(21센트)의 두 배였다.

부문별로 보면 클라이언트컴퓨팅 및 피지컬 AI 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89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가장 비중이 컸다. 매출 증가폭이 가장 큰 부문은 데이터센터·AI 그룹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증가한 58억달러였다.

데이터센터·AI 그룹의 실적이 개선된 배경에는 CPU 판매 증가가 있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AI 반도체시장의 주인공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세운 엔비디아였다. GPU는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 AI 모델을 구축하는 훈련에 최적화한 반도체다. 최근엔 훈련을 마친 AI가 사용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답을 생성하는 추론시장이 커지며 CPU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PU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서버의 움직임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에서 CPU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 확대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수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투자 확대하는 인텔

인텔은 AI 관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3분기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데이브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와 내년 제품 및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위해 제조 장비, 공간(클린룸), 기판 투자를 의미 있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늘리고, 내년에는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텔 경영진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탄 CEO는 “AI가 전례 없는 연산 수요를 만들고 있다”며 “그간 AI 시장에서는 GPU가 압도했지만 이제는 CPU와 GPU 비중이 1 대 1 수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한동안 부진했던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57억달러 규모 매출을 거뒀다. 시장 추정치인 55억달러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했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최근 보안업체 포티넷을 첫 공식 외부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도 거뒀다. 인텔은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14A’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탄 CEO는 “14A 고객 협의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경쟁력 있는 공정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올 3분기 매출을 158억~168억달러로 전망했다. 증권가 전망치인 151억달러(약 22조1230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탄 CEO는 이날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한 사실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인텔은 이 수석부사장이 반도체 첨단 패키징 총괄을 맡는다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R&D)에 관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