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대형 거래를 중심으로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다만 초기기업에 돌아가는 자금은 줄고 인공지능(AI)·로봇 등 일부 딥테크 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선택적 회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2403억원)의 약 3.5배인 7조800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6조9358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투자 건수는 540건으로 전년 동기 571건 대비 5.4% 줄었다.

기업 한 곳에 들어가는 돈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100억원 이상 투자 거래는 141건으로 전년 동기 85건보다 67% 증가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1%에서 26.1%로, 투자금 기준 비중은 77.3%에서 93%로 뛰었다.

창업 생태계의 밑단은 얇아졌다. 올 상반기 시드부터 시리즈A까지의 초기 투자는 36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6.9% 감소했다. 중기와 후기 투자가 같은 기간 각각 14.3%, 83.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투자 건수에서 초기 라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약 83%에서 지난해 77.7%, 올해 상반기 68.1%로 낮아졌다. 투자시장 회복의 수혜가 신생 스타트업보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받은 기업에 집중된 셈이다.

특히 AI와 로봇을 포함한 딥테크 분야 자금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두 분야 투자액은 2조6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2%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투자액의 34.3%, 투자 건수의 31.2%를 차지했다. 초기 라운드 투자액의 51.7%, 시드 투자액의 91.5%가 AI와 로봇 기업에 몰렸다.

올 2분기에는 퓨리오사AI가 4000억원, AI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엑시나가 2020억원, 업스테이지가 두 차례에 걸쳐 3100억원을 조달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도 시리즈A에서 1500억원을 유치했다. 500억원 이상 투자 17건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이 AI 기업의 대형 투자에 가세한 것도 시장 대형화를 이끌었다. 국민성장펀드는 지난 5월까지 퓨리오사AI와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등 16개 기업·인프라 사업에 12조5000억원의 지원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직접투자 승인액은 2조원이다. 퓨리오사AI에는 양산과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8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이 승인됐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