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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드라마 유치하다고?"…촬영장까지 쫓아간 CEO, 2년 만에 결국
[임다연의 요즘 CEO 경영법]
국내 숏폼 톱10 중 유일한 토종 앱
"AI 활용해 제작비 5분의 1로 절감"
국내 숏폼 톱10 중 유일한 토종 앱
"AI 활용해 제작비 5분의 1로 절감"
최혁재 스푼랩스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스푼랩스 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AI 기술의 발전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에 두 번째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디오 플랫폼 ‘스푼라디오’로 잘 알려진 스푼랩스는 2024년 세로형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출시하며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글루는 회당 1~2분 분량의 짧은 드라마를 연속으로 시청하는 서비스로, 넷플릭스처럼 정액 구독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출시 약 2년 만인 올해 국내 숏폼 드라마 플랫폼 매출 순위 8위에 올랐다.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유일한 한국산 앱이다.
매년 300편 찍는데…제작비는 5분의 1
숏폼 드라마는 제작비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다. 최 대표는 “작품에 따라 적게는 제작비의 몇 배,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한다”며 “일반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할 비용이면 숏폼 드라마 수백 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스푼랩스는 지난해에만 비글루에 공급할 드라마 약 300편을 제작했다.
최근 스푼랩스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 AI를 적극 도입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숏폼 드라마 시장은 로맨스와 가족극을 즐기는 30~40대 여성 이용자가 주요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대형 세트장과 특수효과가 필요한 SF·액션물도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어 이용자층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AI 영상 기술이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젊은 이용자와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콘텐츠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AI로 제작한 콘텐츠에도 돈을 지불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 대표는 “자체 데이터와 경쟁사 사례를 보면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AI가 만들었는지, 실제 배우가 출연했는지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며 “스토리에 따라 실사와 AI 가운데 더 적합한 제작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도 경력도 안 본다…누구나 히트작 쓸 수 있어"
숏폼 드라마 작가 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터스룸’을 운영하며 직원 한 명이 교육생 한 명을 전담해 흥행작 분석과 시나리오 작성법 등을 지도한다. 매주 대면 수업과 과제를 수행하며, 수료 후에는 실제 비글루 작품 제작에 참여할 기회도 얻는다. 지난해 비글루의 히트작 상당수가 1기 수료생의 손에서 나왔다. 활발하게 작품을 집필한 수료생 한 명은 스푼랩스에 정식 입사했다.
최 대표는 “기존 시나리오 작법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전문 드라마·영화 작가뿐 아니라 프리랜서 작가나 관련 경력이 없는 지원자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드라마를 위한 시나리오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AI 영상은 대본 작성 단계부터 인물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 체형, 시간대, 날씨,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영상을 만드는 AI 크리에이터가 대본만 읽고도 일관된 인물과 장면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푼랩스는 감독과 AI 영상 크리에이터로 구성된 전담 제작팀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내부에서 사용하던 AI 숏폼 드라마 제작 도구를 ‘비글루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개인 창작자가 상업용 수준의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새로운 제작자를 발굴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투자를 지속하면서 당분간 수익성보다 시장 선점에 무게를 둘 방침이다. 최 대표는 “언제부터 흑자를 내겠다는 시점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며 “시장 상황과 회사의 자금 현황, 작품별 데이터를 살피면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中 촬영장 찾아가 흥행공식 분석…2년 만에 국내 매출 8위
최 대표는 치열한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은 배경으로 빠른 실행력과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려하는 조직문화를 꼽았다. 중국 숏폼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익히기 위해 현지 촬영장을 직접 방문했고, 인기 작품의 대사를 거듭 받아 적으며 흥행 공식을 파고들었다.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비글루와 비슷한 시기에 여러 플랫폼이 나왔지만 절반 이상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사라졌다”며 “중국 콘텐츠가 유치해 보인다고 무시하지 않고, 왜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지를 분석한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실행한 뒤 결과를 토대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낮은 자세로 끊임없이 혁신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