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ES90. 사진=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사진=신용현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보다 점유율을 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 측은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 국내 판매가를 7294만원부터 책정하면서 "한국 판매 마진은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1년간 원화 가치가 급락한 환율 여건까지 더해진 결과다.

"본사 설득해 받아낸 가격"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2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ES90 공개 행사에서 최근 1년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16% 하락한 환율 추이를 제시하면서 "환율 영향만으로도 저희 마진이 16% 사라진 것과 같다"며 "공격적 가격 정책까지 더해져 ES90의 한국 판매 마진은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귀띔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신용현 기자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신용현 기자
이 대표는 "본사와 오랫동안 얘기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했다"며 "한국이 대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 가격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ES90의 국내 판매가격은 글로벌 주요 시장보다 약 5000만원 낮고, 국내에서 판매 중인 S90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보다 최대 1800만원 저렴하게 책정됐다는 게 볼보 측 설명이다.
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볼보자동차 90라인업 및 글로벌 세일즈 총괄. 사진=신용현 기자
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볼보자동차 90라인업 및 글로벌 세일즈 총괄. 사진=신용현 기자
볼보 본사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글로벌 세일즈 총괄사장(CCO)은 "한국은 볼보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매년 신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 업그레이드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물량을 받는 것 자체는 마진이 적으면 오히려 쉽다. 하지만 본사는 생산능력을 어느 시장에 배분할지 결정할 때 결국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물량 확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세단의 주행감에 SUV 실용성 더했다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ES90은 세단의 주행 성능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의 활용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일반 세단보다 20% 이상 높은 최저지상고를 적용했고,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 구조를 채택해 최대 1445L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휠베이스는 3102㎜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공기저항계수(Cd)는 볼보 역사상 가장 낮은 0.25를 기록했다.

국내에는 △92kWh 싱글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RWD) △106kWh 트윈모터(AWD) △트윈모터 퍼포먼스 등 세 가지 모델이 출시된다.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800V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대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고,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WLTP 기준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706㎞다. 트윈모터 퍼포먼스 모델은 최고출력 680마력,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만에 도달한다.

"역대 출시된 볼보 중 가장 조용한 차"

2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ES90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ES90 공개 행사. 사진=신용현 기자
볼보는 ES90의 강점으로 정숙성을 첫손에 꼽았다. 이만식 볼보자동차코리아 전무는 지난해 프랑스 시승 당시를 언급하면서 "23년 동안 볼보를 경험했지만 이 정도로 조용한 차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전기모터 흡음 설계와 차체 강성 강화, 이중접합 차음유리 등을 적용해 실내 소음을 앞좌석 기준 약 68dB(A) 수준으로 낮췄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ES90에는 엔비디아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휴긴 코어'(Hugin Core)가 적용됐다.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국내 고객에게는 15년 무상 OTA와 5년 무상 5G 디지털 서비스가 기본 제공된다.

오스카 사장은 "S&P 글로벌의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역량 평가에서 업계 최초로 최고 등급인 레벨 5를 획득했다"며 "휴긴 코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의 안전성과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EX30 배터리 리콜 "8월 말까지 마무리"

최근 진행 중인 EX30 배터리 글로벌 리콜과 관련해 이 전무는 "국내 누적 판매 약 3600대 가운데 451대가 리콜 대상이고 현재 약 80%의 배터리 모듈 교체를 완료했다"며 "8월 말까지 리콜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S90 배터리 공급사와 관련해서는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차종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S90에는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

ES90 판매량 확대, 2027년 전기차 1만대 달성 목표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 'ES90'. 영상=신용현 기자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ES90 판매 1000대를 시작으로 내년 3000대 이상을 판매해 대형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최다 판매 모델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2027년에는 국내 전기차 판매 1만대를 달성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1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3~4등에 머물 이유는 없다"며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과 상품성을 갖춘 모델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격차도 충분히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