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이네켄
사진=하이네켄
하이네켄이 맥주 양조 공정에 필요한 증기를 화석연료 대신 열 배터리로 생산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력 가격 변동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이네켄은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 양조장에 미국 열 저장 스타트업 론도 에너지의 열 배터리를 설치하고 있다. 이 설비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열로 바꿔 최대 1500℃의 점토 벽돌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산업용 증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이네켄은 2028년 상반기까지 설비를 완전 가동할 계획이다.

맥주 제조 공정은 많은 열을 필요로 한다. 양조 과정에서 맥아즙을 끓일 때는 물론, 발효 후 병입 과정에서 맥주를 살균하는 파스퇴르 공정에도 고온의 증기가 사용된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다. 전기로 벽돌을 미리 달궈 놓고 필요할 때 그 열을 꺼내 증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론도 에너지의 열 배터리는 전기 저항식 열선을 이용해 점토 벽돌을 가열한다. 내부는 바둑판처럼 벽돌과 빈 공간이 반복되는 구조로, 열이 벽돌 사이를 순환하며 수시간에서 수일 동안 저장된다. 이어 저장된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를 양조와 살균 공정에 공급한다.

니콜라스 클레제 하이네켄 글로벌 기후 담당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포르투갈 양조장의 탄소 배출량을 약 25~40%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열 저장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전력망 부담으로부터 생산 공정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열의 전기화를 새로운 탈탄소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산업용 열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2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들이 화석연료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용 열을 전기로 대체할 경제적 유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잉 주 캘리포니아대 “음료 제조업은 대부분 섭씨 150도 이하의 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철강처럼 초고온이 필요한 산업보다 열 배터리 적용이 훨씬 쉽다”며 “음료 산업에서는 탈탄소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