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사진=AFP
한국 중고차 시장의 가격 공식이 뒤바뀌고 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도입이 계기가 됐다. 과거엔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이력 등 차량 성능이 중심이었다. 최근엔 FSD 같은 최신 소프트웨어 적용 여부가 자동차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수천만원 웃돈 붙어

신차보다 비싸진 '테슬라 자율주행 중고차'
22일 중고차 거래 업체 엔카에 따르면 FSD 적용이 가능한 2026년 5~6월식 ‘테슬라 모델X AWD’ 매물은 1억5000만~1억8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차 출고가가 1억3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당 1500만~45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행 거리 1000㎞ 이하 신차급 모델X는 2000만~3000만원을 더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되던 모델X와 모델S는 지난 5월 생산이 종료돼 신차 구매가 불가능하다. 테슬라는 해당 공장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 공장으로 개조했다. 출고 가격이 1억2500만원부터 시작하는 모델S도 신차급 중고차에 2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모델X와 모델S 몸값이 뛴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에서도 미국과 똑같은 방식의 FSD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FTA 체결 과정에서 미국에서 인증받은 차량의 안전기준을 국내에서도 인정해주는 상호인정 특례에 합의했다. 자율주행은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통과하면 한국 정부의 인증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FSD는 테슬라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이 주변 차량과 보행자, 신호등 등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스스로 운전한다. FSD를 적용하기 위해선 ‘HW4’라는 테슬라의 4세대 컴퓨팅·센서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야 하는데, 2023년 이후 생산 모델엔 해당 시스템이 모두 들어가 있다.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자율주행 적용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개발 속도

2023년 이전 생산된 미국산 모델3와 모델Y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해당 연식의 모델은 HW4 대신 이전 모델인 HW3를 탑재한 모델로 ‘FSD v14 라이트’를 적용할 수 있다. FSD v14 라이트는 HW3의 제한된 연산 성능에 맞게 FSD를 압축·최적화한 자율주행 모델이다. 다만 2023년 이후 한국에 수입된 모델3와 모델Y는 중국산이어서 FSD 적용이 불가능하다. 한·중 FTA에는 자동차 안전기준 상호인정 조항이 없어 별도 인증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날 엔카에 등록된 2024년 8월 출고된 모델Y(4350만원)는 2021년 5월 출고된 같은 모델보다 50만원 더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연식은 약 3년, 주행거리는 10만㎞ 이상 차이가 나지만 자율주행 여부에 따라 큰 가격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차량일수록 몸값이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계속 진화하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소프트웨어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의 FSD 상용화 이후 기존 완성차 업체의 자율주행 도입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전한 SDV를 장착한 차량을 2028년 선보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도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