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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반도체 착시 극복하려면
반도체에 가려진 韓 경쟁력 상실
자동차·화학·기계 등 中에 밀려
네덜란드도 유전 발견후 산업 쇠락
5000兆 메가프로젝트로 반전 기회
정부 예산으로 전력·용수 공급하고
초과 세수는 신산업 발굴에 써야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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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반도체 호황은 단군 이래 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90조원에 달해 글로벌 빅테크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대 381조원, 내년 574조원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291조원, 내년 468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2028년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호황은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 대규모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국세가 종전보다 25조원 초과한 4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화려한 수치의 이면에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놓여 있다. 수억원대 ‘삼성닉스’ 성과급은 중소기업 종사자와 임시직 근로자에게 별천지 얘기다. 당장 두 회사 협력업체 직원조차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는 고용 창출 효과가 다른 제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두 회사의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비례해 지급하기로 한 결정이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9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정보기술(IT) 하드웨어를 제외하면 시장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발목 잡혀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부동산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도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59년 네덜란드 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되자 국민이 환호했다. 그러나 막대한 에너지 수출이 통화 가치를 절상시켰고 제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특정 부문에서의 번영이 다른 산업의 쇠락을 초래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다. 이웃 국가 노르웨이도 북해 유전을 통해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조성했으나 지난 10년간 생산성이 약화한 데다 석유 수출 감소와 고령화 비용 증가로 미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OECD)이 나온다.
정부는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3대 분야에 삼성전자 2655조원, SK하이닉스 2100조원을 포함해 총 50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첫째, 잠재성장률 제고다. 반도체가 AI 데이터센터의 연산 기반을 공급하고, 데이터센터는 피지컬 AI 학습 인프라를 제공하며, 로봇산업이 이를 여러 제조업 현장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둘째, 청년 고용과 지역 격차 해소다.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는 서남권에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고임금·청년 일자리를 전국적으로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주거 등 전반적인 생활 여건 개선도 같이 확보해야 한다.
셋째, 역대급 세수의 현명한 배분이다. 초과 세수를 민생 지원과 단기적 경기 부양에 사용할 수 있지만 그보다 미래 재정 수요에 대비하고, 비(非)반도체 신산업 육성에 투입하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수천조원 규모의 민간 자본이 투입되지만 그 결실을 보기 위해선 정부가 전력망·용수·부지 인프라 등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 사상 유례가 없던 이 반도체 호황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