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인류 최강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성능 바둑 인공지능(AI)과의 두 점 접바둑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두 점 치수는 인간이 ‘바둑의 신’ AI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일 수 있는 극한의 조건으로 지금까지 초일류 고수들도 거의 승리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신 9단이 3연전을 승리로 마무리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9단은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최종 3국에서 카타고에 221수 만에 11집 반 승을 거뒀다. 1국에서 카타고의 변칙적 수법에 흔들려 참패한 그는 2국에서 290수 만에 4집 반 승리를 거둔 데 이어 마지막 3국에서 대승해 2승1패로 완벽한 드라마를 썼다. AI를 상대로 11집 반 승을 거두기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5분이다.

이날 카타고는 앞선 두 판과 달리 첫수로 좌상귀 소목을 택했다. 신 9단도 약 2분간의 장고 끝에 우하귀 소목을 택하는 새로운 판을 짰다. 우상귀에서 귀의 실리를 일부 내주는 대신 상변과 우변을 두텁게 쌓았다. 그는 “반대쪽 소목을 두면 항상 비슷한 판을 짜서 승률이 높았는데 오늘은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고 싶어서 먼저 살짝 비틀었다”며 “초반이 끝나니 포석이 마음에 들었다”고 돌아봤다.

신 9단은 80수에서 백을 공격하며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흑진을 구축했다. 앞선 두 번의 대국보다 이른 시간에 유리한 형세를 확보하고도 끊임없이 계가를 거듭했고, 221수까지 승률 99%를 지키며 완벽한 승리를 차지했다.

2020년 이후 바둑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신 9단은 수비와 전투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인공지능에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두는 기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AI와의 두 점 치수는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어 앞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9단은 대국료를 포함해 상금 2억5000만원과 함께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을 받았다. 쎈수학·한경 기신전은 내년 초 AI와의 대국 규칙을 재정비해 다시 개최된다.

조수영/고재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