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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지키는 게 중요했던 대국…전투본능 억제 힘들었다"
신진서 9단 인터뷰
"AI는 불리해도 승부수 안 둬
사람과 바둑이 인기있는 이유"
"AI는 불리해도 승부수 안 둬
사람과 바둑이 인기있는 이유"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 9단은 AI에 맞서는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켜야 하는 국면에서는 “누가 AI인지 모르겠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정확하게(3국), 승률이 떨어지더라도 공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국면에서는 과감하게(2국) 판을 이끌었다.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 3국에서 대승을 거둔 뒤 인터뷰에서 “2국이 마지막까지 한 수만 잘못 두면 지는 살얼음판 같은 바둑이었다면 3국은 중반 이후에는 지려야 질 수 없는, 제 생각대로 판이 짜여 편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점 접바둑이 인간에게 유리하다고 했지만 세계 랭킹 1위인 신 9단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전투 본능을 억눌러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그는 “제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수비 지향적으로, 오직 이기는 바둑을 두기 위해 굉장히 힘든 연습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인간끼리) 두고 싶은 수를 두면서 시합에 임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1국의 패배도 따지고 보면 공격 성향을 섣불리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카타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껴 이른 전투에 나섰다가 역습당했다. 그는 “1국 땐 바둑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일 정도로 멘털이 나갔다”고 표현했다.
2국과 3국에서는 인간만의 전략 및 판단으로 ‘이기는 길’을 찾아 나갔다. 신 9단은 “이창호 사범은 마지막까지 실수가 전혀 없는 바둑을, 이세돌 사범은 상대가 실수할 수밖에 없도록 승부수를 던지는 바둑을 두는데 굉장히 다른 매력이 있다”며 “인간의 바둑은 오늘처럼 지키는 바둑을 둘 수도, 실수를 유도하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AI 바둑’과 다르다”고 말했다. 인간계를 뛰어넘는 바둑 실력을 갖춘 AI의 등장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인간의 바둑을 찾는 이유”라고 했다.
신 9단은 초일류 기사 중에서도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사로 평가를 받는다. AI와의 수련을 통해 그동안의 인간 바둑 역사에서 찾지 못한 발상을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기풍을 발전시켰다. 신 9단은 “2020년부터 카타고가 굉장히 강해졌는데, 그때가 제가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선 시기”라며 “모두가 카타고로 공부했지만, 카타고는 제가 1위에 오르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둑의 신’으로 불리는 AI에도 빈틈은 있었다. 신 9단은 “AI는 완벽한 것이 약점”이라며 “불리해도 (승률이 떨어지는)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신 9단에게 이번 대국의 의미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10년 전 이세돌 사범이 알파고에 거둔 1승에 비하면 아주 부족하지만 인간이 AI를 상대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드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재연/조수영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