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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 없는데 손해 본 느낌…'가상의 마이너스' 정체
한경 CHO Insight
휴넷과 함께하는 리더십 여행
휴넷과 함께하는 리더십 여행
요즘 주식 시장에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돈다. 세상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식을 가진 사람과, 아직도 “어제라도 살 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들로 나뉜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돈을 잃은 사람만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삼전닉스가 없을 뿐, 내 계좌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하다. 삼전닉스로 대박 났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나만 손해 본 것 같다. 물리적 손실은 0인데, 심리적 손실은 이미 파산 직전이다. 우리는 왜 ‘현실의 플러스’보다, 남과의 비교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마이너스’에 이토록 흔들리는 것일까.
#비교는 차이를, 후회는 손실을 만든다
Festinger의 사회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 수익률이 몇 퍼센트인지보다는, 옆자리 박대리보다 더 벌었는지가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된다. 비교로 인해 절대값이 상대값으로 바뀌는 것이다.
여기에 반사실적 사고가 더해지면 이러한 심리는 한층 강해진다. 이는 “어제라도 하이닉스를 샀더라면”처럼, 이미 발생한 현실과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대안을 비교하는 심리 기제다. 비교가 남과 나의 차이를 인식하게 한다면, 반사실적 사고는 그 차이를 ‘내가 놓친 손실’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흐름은 조직 안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내 연봉이 올랐어도 동료가 더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면 박탈감이 생기고, 우리 팀도 성과를 냈는데 옆 팀만 주목받으면 무력감이 커진다. 비교와 후회가 반복될수록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보다 조직 안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만큼 일에 쓸 에너지는 줄고, 몰입은 조용히 흔들린다.
#비교를 다루는 세 가지 방식
문제는 비교가 일어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비교를 리더가 어떻게 다루느냐다. 조직에서 리더가 비교를 대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비교를 막으려 하거나, 인정하고 멈추거나, 설계하거나. 리더의 행동이 어느 단계에 머무느냐에 따라 조직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① 비교를 막으려는 리더: 침묵은 왜곡을 키운다
많은 조직에서 평가 결과는 전달되지만, 그 기준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차등의 이유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리더는 비교를 줄이기 위해 말을 아끼지만, 구성원에게 남는 것은 결과의 차등과 설명의 공백이다.
어쩌면 침묵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비교는 갈등을 낳고, 설명은 오해를 불러올 것만 같다. 그러나 비교는 차단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은 공백은 추측으로 채워지고, “왜 저 사람이 더 받았지?”라는 질문은 곧 “내가 박대리만큼만 어필했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이어진다. 그 추측이 반복되면 확신이 되고, 어느 순간 구성원의 판단을 지배하는 기준이 된다.
비교를 막으려는 리더는 비교가 박탈감을 만든다는 사실은 안다. 다만 설명되지 않은 비교가 결국 추측과 불신으로 채워진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보지 못한다. 침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강한 비교를 키운다.
② 비교를 인정하는 리더: 수용은 절반의 해법이다
비교를 막으려던 선의의 침묵이 더 큰 오해를 만드는 것을 경험한 리더는, 비교를 막을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박탈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라고 말하며, 비교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먼저 받아준다.
이 변화만으로도 구성원은 자신의 감정이 외면당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그러나 감정을 인정받았다고 의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왜 내가 더 낮은 평가를 받았는가”라는 질문은 그대로 남는다. 무엇이 중요한 기준이었고,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감정의 수용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기준을 설명하지 않는 공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 수 있다”는 위로만이 아니라, “왜 그렇게 결정되었고, 앞으로 무엇을 바꾸면 되는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다. 기준 없는 수용은 절반의 해법에 머문다.
③ 비교를 설계하는 리더: 비교의 방향을 바꾼다
남은 절반의 해법까지 갖춘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비교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비교가 향할 방향을 바꾼다. 비교가 일어나는 것 자체보다, 그 비교가 무엇을 기준으로 해석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먼저, 이들은 비교의 대상을 바꾼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때, 비교는 가장 가까운 동료를 향한다. 그러나 “지난 분기보다 무엇이 나아졌는가”, “다음 성장으로 연결할 지점은 무엇인가”를 묻는 리더 앞에서 비교의 기준은 타인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앞으로 도달해야 할 나의 모습으로 이동한다. 비교의 초점이 상대적 위치에서 성장의 궤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들은 비교의 맥락을 설명한다. 평가와 보상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어떤 판단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함께 전달한다. 무엇이 중요하게 고려됐고 다음에는 무엇을 바꾸면 되는지 알 때, 구성원은 결과를 단순한 서열이 아니라 성장의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비교는 박탈감이 아니라 행동의 단서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비교의 기준을 준수한다. 기준은 한 번의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정 사람이나 상황 앞에서 예외가 반복되면, 구성원은 그것을 기준이 아니라 관계의 결과로 해석한다. 불가피한 예외가 있다면 숨기지 않고, 왜 예외인지까지 설명한다. 그래야 기준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신뢰를 잃지 않는다.
#사람은 결과보다 위치를 해석한다
10%의 수익을 낸 사람 앞에서, 7%의 수익을 낸 사람은 자신이 얻은 7%보다 ‘벌지 못한 3%’에 먼저 주목하기 쉽다. 잃은 것이 없는데도 손해를 본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사람이 현실의 결과보다 비교 속에서 해석된 자신의 위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구성원은 성과나 보상을 결과 자체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결과가 어떤 기준과 맥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함께 해석한다. 기준이 불분명할수록 비교는 추측으로 이어지고, 추측은 쉽게 가상의 마이너스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비교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신의 결과를 해석할 기준을 세워주는 일이다. 같은 결과도 어떤 기준과 맥락 속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박탈감이 되기도 하고, 성장의 단서가 되기도 한다. 비교는 막을 수 없지만, 해석은 설계할 수 있다.
김치현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