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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변경없는' 경영상 결정은 교섭 대상 아니다?
한경 CHO Insight
노란봉투법 시행 4개월
노란봉투법 시행 4개월
그런데 이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지도 4개월이 경과하였고, 원청 사용자성과 관련된 노동위원회의 판정도 어느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와 관련된 쟁점은 법원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사실상 노동위원회는 일부 공공영역을 제외하면 대다수 도급관계에서의 원청에 대해 최소한 산업안전이나 작업환경 등을 이유로 교섭을 하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노란봉투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인해 기존에 논란이 적었던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있다. 최근 A기업 노동조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정 지방에 대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이를 단체협약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노동쟁의”로 인정하면서 발생한 효과로 보인다.
A기업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해당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한다면서, 노란봉투법에 따라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 또한 교섭의 대상이 되었으며, 수만명의 근무지와 처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인만큼 이를 교섭 과정에서 다루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박하면서, ‘기업투자’, ‘공장증설’ 등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개정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다만 그 결정의 이행 또는 실현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교섭대상이라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단체교섭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회사는 경영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교섭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럼 노란봉투법이 말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고용노동부의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A기업의 이번 프로젝트 투자와 같은 의사결정은 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회사가 새롭게 투자를 결정하거나, 기존 사업부를 분할·양도하거나, 혹은 다른 기업을 합병하는 등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 그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므로, 기업이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교섭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노동3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과 같이, 사용자의 경영권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도 당연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결정의 이행 또는 실현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실질적, 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교섭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 따르면, 사업경영상의 결정 당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차원의 수준인 경우에는 이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면 노동조합은 근로자 보호를 위해 고용보장 요구 등 근로자 지위 및 근로조건 변동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구분이 현실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이 공장 증설 및 투자, 사업부 매각, 기업 인수 등의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과연 그 결정의 대상이 되는 사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에 대한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 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 M&A 등 각종 기업의 딜(deal)이 진행됨에 있어 대상 사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나 이동, 변화 등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고 이를 결정하거나 실시할 수 있는가? 이처럼 현장에서 진행되는 각종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 방식과 과정을 고려하면, 고용노동부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기업의 “사업경영상 결정” 단계와 “그로 인한 근로조건의 변화 가능성” 단계를 무 자르듯 구체적으로 단절할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당장 A기업 노동조합이 “해당 프로젝트 시행에 반대하며, 프로젝트를 위한 조합원 배치전환은 절대 불가능하고, 추가 채용 또한 기존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므로 오직 노동조합 동의로만 가능하다”고 요구한다면, 이는 “해당 프로젝트 시행 여부”를 반대하고 교섭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경영상 결정에 따라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근로조건 변동”을 반대하고 교섭하자는 것인가? 이러한 교섭 요구는 과연 정당하며, 사용자는 이에 응해야 하는가? 응해야 한다면 사용자의 경영권은 어디서 보호되는 것인가?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를 하는 규정으로, “노동조합이 교섭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를 넓히는 규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단체교섭의 대상과 범위, 그리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범위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의 교섭의무 위반에 대해 엄격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고, 따라서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현재 노란봉투법의 각 규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부족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논의하여 보완해야 할 필요가 없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