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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빌런에게 '레드카드' 꺼내드는 법
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직장 내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빌런에게 과감하게 레드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중대한 비위행위를 범하였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에 고민을 안겨주는 빌런들은 공통적으로 그렇게 만만하지 않고, 노동법에 관한 지식이 상당하며, AI 도입으로 그러한 지식의 활용에도 매우 능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레드카드는 독이 될 수 있고 다소 힘겹고 지루하더라도 정규시간 내 승부를 못내면 연장전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직장 내 빌런들은 대체로 4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특징별로 회사의 조치와 레드카드를 꺼낼 시점을 가늠해본다.
첫째, 약점을 쥐고 있다고 한다. 직장 내 빌런은 기본적으로 무엇인가 비위행위를 하였거나 사내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등으로 인사조치나 감사의 대상이 되면서 본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포위망이 좁혀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울 때가 되거나 회사생활이 더 이상 어려워진 마당에 본전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면, 회사나 경영진, 오너가의 법 위반 사항을 알고 있다면서 직·간접적으로 협상의 카드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거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관계기관에 고발하거나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이 상황에서 빌런이 언급한 약점이 어느 정도 그럴 듯한 것인지, 리스크의 정도가 빌런과의 관계설정을 좌우할 정도인지 가늠해보아야 한다. 빌런이 언급한 약점들은 결국에는 블러핑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사실확인을 해 볼 필요는 있고, 만약 사실이라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 판단이 필요하다. 그 정도 리스크는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면 고강도 대응(예: 징계 등 인사조치)으로 밀고 나갈 수 있지만, 감내하기 어려운 리스크라면 저강도 대응(예: 합의종결)으로 방향전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약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금전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범죄행위인 공갈에 해당하므로 저강도 대응을 택하더라도 나중을 대비하여 공갈의 증거는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회사가 저강도 대응으로 가다가 의사결정을 통하여 대응기조를 전환하였고, 회사를 상대로 경영진의 비위 고발을 빌미로 금전을 요구한 빌런을 고소하여, 빌런이 공갈미수죄로 처벌받은 예가 있다.
둘째,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회사의 잘못된 인사정책의 희생양이거나 동료 직원들로부터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이 경우 주위 동료들 다수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업무상 질병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하거나 산재신청, 심지어 회사 상대 손해배상청구를 하며, 회사의 인사발령에 대하여는 부당전보이거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처우라고 주장하며 분쟁을 제기하는 등 네버엔딩 스토리로 가는 경우이다. 이 과정에서 일을 처리하는 인사팀 직원에게 시도 때도 없이 전화나 문자 이메일을 보내 일을 못하게 하거나 수시로 찾아와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일도 벌어진다. 회사에 나와 일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연차산정이 잘못되었다느니 휴직 적용이 잘못되었다느니 하며 인사팀 직원을 붙잡고 늘어진다. 누가 누구를 괴롭히는지 모를 상황이지만, 근로자로서 본인의 근로조건이나 인사사항에 관하여 알 권리도 있으므로 처리가 참 애매한다.
이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선적으로 직장 내 괴룁힘 신고에 대한 정식 조사 등 대응, 부당전보 등 인사조치를 문제삼는 것에 대한 대응 등 정상적인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산재신청이나 손해배상 소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법에서 정한 절차가 있는 이상 패스트트랙은 없고, 종국적으로는 회사가 유리한 입장에 서려면 절차를 충실히 거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절차를 다 거친 다음에도 동일한 문제제기를 반복하는 등 상황이 재발하면, 엄중 경고한 후 인사조치를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징계사유가 애매한 경우가 않다. 빌런 중에는 화끈하게 중대한 비위행위를 하는 경우보다는, 권리행사를 명분으로 동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징계 등 고강도 조치로 나아가기 쉽지 않은데, 동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가 계속 반복되면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회사의 조치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정말로 네버엔딩 스토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증거 확보, 법리 검토 등 상당한 준비를 마친 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빌런일수록 관계기관을 적극 활용한다. 가장 빈번히 가는 곳이 노동청이고, 그외 근로복지공단, 경찰, 법원, 국가인권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세청 등도 종종 드나드는 곳이다. 관계기관에 신고, 진정 등이 접수되면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고, 관계기관으로서도 민원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원 내용이 다소 이상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기업으로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충실히 지키고, 가급적 절차를 신속히, 그리고 명료하게 마무리한 다음 빌런과의 관계 설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원제기 역시 권리행사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으므로, 민원제기를 섣불리 문제삼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음에도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여 회사 동료들을 괴롭힌다면 당연히 징계사유가되고, 실제 정당한 해고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한편, 반복적 고소, 소송제기 시 손해배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소나 소송제기 역시 권리행사에 해당하지만 당해 소송에 있어서 제소자가 주장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고, 제소자가 그와 같은 점을 알면서, 혹은 통상인이라면 그 점을 용이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등 소의 제기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7다3650, 2007다3667 판결) 실제로 (1)피고를 특수절도 등으로 형사고소하였는데 불기소처분되었고, 이에 관한 동일·유사한 사실관계로 3회 반복적으로 제소하고 패소한 경우 300만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예가 있고, (2) 채권회수절차에 갈등이 생겨, 12회에 걸쳐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청구원인에 기한 소송을 반복하여 제기하고 패소당한 경우 800만원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예도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