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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앉으라더니"…'묻지마 파업' 길 터준 노란봉투법
한경 CHO Insight
개정노조법 실무상 맹점
개정노조법 실무상 맹점
#시행령상 불충분한 심리기간
법 시행 초기 분쟁은 노동위원회 신청 사건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으로 양분되는 모양새이다. 전자는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청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시작이 되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하지 않자, 이에 대한 시정신청을 구하는 사건이다. 후자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하청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는 신청이다. 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점하기 어려운 소수 노조가 교섭단위를 분리함으로써 분리된 교섭단위에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의 지위를 점하기 위하여 신청하는 제도이다.
두 제도 모두 핵심적으로 다투어지는 쟁점은 바로 원청의 사용자성이다. 하청 노조는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위 두 가지 신청 사건 모두 사용자성 쟁점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진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법령상 심리기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은 전자의 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10일(추가로 10일 연장할 경우 최대 20일), 후자의 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3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청 노조로서는 여러 가지 교섭의제에 대하여 사용자성을 주장하고, 원청은 각 교섭의제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한 바 없음을 매우 치열하게 다툰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개정하면서 정작 심리기간에 대해서는 별도 개정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들이 충분히 주장을 개진하고 노동위원회가 심도 있게 심리하기에는 심리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노란봉투법 개정 이전에는 이와 같이 사용자성이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기에 위와 같은 심리기간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최근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하나 같이 심리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다투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심리기간을 연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각 교섭의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누락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나온 노동위원회 판정문들을 보면, 그 중 대부분은 ‘적어도 어떠한 교섭의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니 원청이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수준에 그치고, 나아가 하청 노조가 주장하는 다른 교섭의제들에 대하여는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사건의 판정문에서는 하청 노조가 주장하는 교섭의제들에 대하여 일일이 어느 것은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어느 것은 인정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 준 사례가 있으나, 이는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불충분한 심리기간 내에 여러 가지 복잡한 교섭의제들에 대하여 원청의 사용자성을 모두 판단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도상 아쉬운 점은, 원청으로서는 해당 절차가 쟁의행위가 발생하기 전 사실상 각 교섭의제들에 대하여 사용자성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령 교섭요구 사실에 대한 미공고 시정신청이 인용된 후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교섭으로 나아갔는데, 노사간 개별 교섭의제들에 대하여 사용자성에 대한 이견이 있어 교섭이 결렬된다면, 하청 노조는 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쟁의조정 신청 단계에서는 쌍방의 이해관계를 조율한 조정안을 제시할 뿐, 각 교섭의제들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을 담은 결정문은 내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원청으로서는 사용자성 판단을 받아보지 못한 교섭의제들을 이유로 하청 노조 파업을 맞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사용자성 판단지원위원회에 원청이 교섭의제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어디까지나 자문의견에 불과할 뿐 당사자들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 또한 교섭 과정에서 원청이 사용자성이 없음을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는 의제가 있을 경우, 하청 노조가 이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로 진정 또는 고소·고발할 경우 그 때 노동청으로부터 구체적인 판단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청 노조가 그러한 분쟁 제기 없이 곧바로 쟁의조정 신청으로 나아갈 경우, 원청으로서는 각 교섭의제들에 대하여 사용자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맹점을 생각한다면,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신청 사건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에서 하청 노조가 주장하는 각 교섭의제 전부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판단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 향후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선안 마련 및 제도 보완을 기대해 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