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인 집주인이 “우리가 들어가서 살겠다”며 투룸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한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네 명이 살기에 비좁은 공간인 만큼 실거주 의사가 진정한지 의심이 든다는 판단에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찬우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16단독 부장판사는 서울 중랑구의 한 오피스텔 소유주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B씨의 계약 연장 요구를 거절한 게 정당한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A씨는 2024년 2월 보증금 2억3000만원에 B씨와 2년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 만료를 앞두고 A씨는 실거주 의사를 밝히며 B씨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한해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B씨가 집을 비우지 않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A씨는 부모와 같이 살고 있는데, 주거공간이 너무 좁아 부모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이 해당 오피스텔로 이사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해당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41㎡의 협소한 공간으로 거실과 침실 1개, 화장실 1개만을 갖추고 있다”며 “원고 가족 네 명이 같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계약 만료 전에 B씨한테 보증금을 2억8000만원으로 올리고 싶다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A씨는 실거주 의사를 전달하기에 앞서 처남이 이 오피스텔에 거주해야 하니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를 퇴거시킨 후 새로운 임차인과 보증금이 증액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피고와의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런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곧바로 인정될 수 없다”며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