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프린피아 파주북시티 공장에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임다연 기자)
경기 파주 프린피아 파주북시티 공장에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임다연 기자)
망한 줄 알았는데…인쇄 공장에 2030 몰리자 매출 터졌다 [새 길을 여는 프런티어 기업인]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닷새간 16만 명이 몰렸다. 책을 매력적인 콘텐츠이자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텍스트힙' 열풍이 확산한 영향이다. 행사에는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단체, 작가·연사 326명이 참여했다.

참여 출판사와 단체는 2024년 452곳에서 지난해 530곳, 올해 538곳으로 꾸준히 늘었다. 인쇄업이 대표적인 쇠퇴 산업으로 여겨지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천재교과서 관계사인 인쇄·출판 전문기업 프린피아는 이 같은 변화에 주목했다. 개인이 직접 책을 기획하고 출간하는 독립출판 시장이 커지고 소규모 출판사가 늘어나는 흐름을 포착해 '소량 다품종' 인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텍스트힙' 열풍 잡은 프린피아한권 주문도 척척

서동일 프린피아 대표. (사진=임다연 기자)
서동일 프린피아 대표. (사진=임다연 기자)
지난 13일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에서 만난 서동일 프린피아 대표는 "우리는 고객을 '소비자(Consumer)'가 아니라 '모디슈머(Modisumer)'라고 부른다"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수정하며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책을 펴내는 '모두가 작가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문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인쇄업체는 많지 않다. 기존 인쇄 공정은 인쇄용 판을 제작한 뒤 동일한 책이나 인쇄물을 한꺼번에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주문 수량이 적거나 디자인과 사양이 자주 바뀌면 판을 매번 새로 제작해야 해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의 인쇄 공정실. 자동화 설비가 가동되는 동안 작업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임다연 기자)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의 인쇄 공정실. 자동화 설비가 가동되는 동안 작업자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임다연 기자)
프린피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주 본사 인근에 디지털센터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하고 무인운반차(AGV)와 다관절 협동로봇 등을 생산 공정에 적용했다.

고객이 온라인 플랫폼 '프린피아몰'에서 책의 디자인과 수량, 사양을 선택해 주문하면 해당 데이터가 디지털센터 생산라인으로 곧바로 전달된다. 별도의 인쇄용 판을 제작할 필요 없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

한 제품의 생산이 끝나면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해 곧바로 다른 디자인과 규격의 제품을 인쇄할 수 있어 다양한 소량 주문을 연속으로 처리한다. 책뿐 아니라 명함과 전단, 스티커 등도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주문 제작할 수 있다.

2030이 절반달라진 인쇄공장 풍경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의 사무실 모습. (사진=임다연 기자)
경기 파주 프린피아 디지털센터의 사무실 모습. (사진=임다연 기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인쇄 공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이날 기자가 찾은 디지털센터 인쇄 공정실에서는 작업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쇄가 끝난 책은 무인운반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창고로 옮겼다.

별도의 사무 공간에는 젊어 보이는 직원들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주문 현황과 생산 과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서 대표는 "디지털센터 직원 가운데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인쇄업은 잉크와 종이를 다루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공정이 자동화되고 업무 환경이 쾌적해지면서 젊은 직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출판사와 개인 작가를 위한 보관 서비스도 제공한다.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출판사는 인쇄한 책을 직접 보관하는 데 부담이 큰데, 남은 책을 프린피아의 자체 창고에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23년 완공된 디지털센터 매출은 첫해 24억원에서 2024년 40억원, 지난해 80억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세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프린피아의 영업이익도 2024년 36억원에서 지난해 55억원으로 불어났다.

서 대표는 프린피아의 도전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쇄업계에는 '공기와 물만 빼고 다 인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책만 찍는 회사가 아니라 찍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생산하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기판과 전자부품 제조에도 회로와 소재를 정밀하게 찍어내는 인쇄 기술이 활용된다"며 "앨범과 비닐 프린팅 등으로 맞춤형 제작 품목을 확대하고, 향후 10년 안에는 반도체 기판을 비롯한 산업용 인쇄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