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를 한국거래소 심사 규정에서 법률로 끌어올리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움직임이 자본시장과 회사법 체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별 사정을 반영해 적용하던 거래소 상장 기준이 일률적인 법적 의무로 바뀌면 정상적인 기업공개(IPO)와 신사업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상장 허용 기준까지 법에 못박나

14일 국회와 자본시장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와 자사주 제도 개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에 이어 자본시장 개혁 입법의 일환으로 중복상장 규제 법제화를 추진한다.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 상장한 뒤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모회사 일반주주는 기업가치 하락을 떠안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입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단독] 중복상장 법제화로 획일적 잣대 우려…"IPO·신사업 투자 악영향"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자회사 설립 방식과 규모에 따라 규제 수위를 달리했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받지 못하면 상장할 수 없다. 법인 신설이나 기업 인수로 편입한 일반 자회사는 동의가 없어도 거래소가 자금 조달 필요성과 주주 보호 방안을 개별 심사한다.

법제화의 관건은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보호 의무를 넘어 유형별 주주 동의 기준까지 법에 담을지다. 세부 기준이 법률로 굳어지면 거래소가 기업별 사정을 따져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워지고 기준을 손볼 때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 추후 예외를 넓히려 해도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 논란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나온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는 독자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 지분 일부를 상장하는 것이 모회사 지분 매각이나 차입보다 유리할 때가 많다”며 “정상적인 IPO와 신사업 투자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 대상과 예외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상법 원칙과도 충돌 우려

모회사 주주 보호를 강화하려다가 모회사와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보는 상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회사 이사회는 자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상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모회사 주주 동의를 법적 요건으로 두면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충실의무가 제약될 수 있어서다. 모회사 주주의 반대로 상장이 무산되면 자회사 이사회가 자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논란도 생길 수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상법상 자회사는 모회사와 분리된 별개의 법인 격이고 자회사 이사회는 자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거래소 상장 규정은 대법원 판례상 거래소와 상장 신청 기업 간 사적 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 동의를 심사 요건으로 둘 수 있지만 이를 자본시장법에 직접 규정하면 자회사 이사회의 의사결정 권한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주주 동의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할지도 쟁점이다. 현행 3%룰은 대주주가 자신을 감시할 감사위원 선임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마련한 장치다.

하지은/최석철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