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삼전닉스 콕 집어 "미국에 공장 짓게 하고 싶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사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미국 정부로부터도 투자 압박을 받게 됐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이날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생산공장 콘크리트 타설식에서 “그(산자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가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데려오고 싶다”며 “마이크론이 선두에 있고, 이제 다른 회사들은 질투할 것이다.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내 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압박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 반도체산업 일부를 미국에 이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회사는 이미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44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 웨스트라피엣 지역에 40억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추가 투자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 반도체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TSMC는 이에 따라 미국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대관 활동을 강화하는 중이다. 마이크론도 타설식 전날 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마이크론은 D램의 40%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자리 9만 개 이상이 창출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압박이 강화되자 SK하이닉스 등은 대미 투자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