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한국과 대만은 다른 경제 모델로 여겨졌다. 한국은 대기업과 완제품 중심으로, 대만은 중소 부품기업을 주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이끄는 반도체 붐에 중국과의 치열한 경합이 더해지며 두 나라 산업은 ‘반도체 중심’으로 닮아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151.4% 증가한 수치다. 대만은 이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50%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경쟁력이 국가 경제의 핵심 열쇠로 떠오른 만큼 대만의 ‘원팀 체제’에서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오샹커 대만국립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TSMC는 순수 파운드리 전략을 유지하면서 팹리스 고객과 장비 업체를 하나의 혁신 네트워크로 연결했다”며 “삼성전자처럼 모든 것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가 아니라 고객과 공급 업체가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반도체산업은 대기업과 협력사 간 수직 계열화와 경쟁 중심의 구조가 강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박정호 명지대 교수는 “현재 파운드리는 고객사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소부장 업체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한국에서도 원팀 체제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타이베이/신주=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