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상호금융권이 지방자치단체 공공자금 유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자체 금고 시장 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들어서만 상호금융권에서 예금 15조원이 빠져나가는 등 수신 이탈이 이어지자 새 활로를 찾으려는 포석이다.

○지자체 금고 문 두드리는 상호금융권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최근 상호금융권의 지자체 금고 참여를 위한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간은 오는 9월 18일까지다. 주요 내용은 지자체 금고 지정 제도와 시장 현황 분석, 제도 변화 때의 시나리오별 정책 효과 분석 등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시장이 대형은행 중심으로 과점화돼 있어 지역 예치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투자되지 않고 유출되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전국 점포망을 유지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쓰는 상호금융의 지자체 금고 선정 필요성을 재검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금고로 선정된 금융기관은 대규모 수신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다. 각종 기금은 물론 지자체가 걷은 지방세 등이 저원가성 예금으로 들어오는 데다, 해당 지자체 공무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역 내 상징성까지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시금고 선정을 마친 서울시를 포함해 전국 79개 지자체가 올해 차기 금고지기를 새로 정한다. 예산이 10조원을 웃도는 인천(15조3129억원), 경북(14조363억원), 전남(12조7023억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보통 지자체 규모와 예산에 따라 1·2금고와 지방보조금 등을 예치하는 전용 계정을 각각 지정하는 방식이다.

용역의 핵심은 상호금융기관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갖춰야 할 법적 요건의 조정 여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현행 자본비율(자산총액 대비 자본총액 비율) 요건인 10%를 시중은행 수준인 7%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회계법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의 1금고(일반회계)는 은행법에 따른 은행만 참여할 수 있고, 2금고(특별회계·기금)에는 지역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도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상호금융기관은 자산총액 2500억원 이상·자본총액 250억원 이상·자본비율 10% 이상·3년 연속 흑자 등 ‘안정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아직 작년 말까지 해당 규정에 맞춰 지자체 2금고로 선정된 상호금융기관은 없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자본비율은 약 6.3%로 현행 상호금융 적용 기준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지방보조금 전용계좌를 시작으로 지자체 수신 확보 기회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지방보조금통합관리망 ‘보탬e’의 전용카드 사용 범위를 기존 12개 금융기관에서 새마을금고·신협·수협 등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확대했다. 상호금융권은 올해 초부터 전용 계좌를 통한 지방보조금 집행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데 이어, 지난 4월부터 시스템 정비를 거쳐 카드 결제 방식까지 연계할 수 있게 됐다. 보조사업자 계좌를 통해 공공재원 기반 수신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후 서울 종로구와 경남 합천군 등은 각각 관내 새마을금고에서, 광주시는 광주문화신협, 경남 사천시는 삼천포수협과 지방보조금 전용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머니무브에 수신 방어 안간힘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들어 상호금융권 수신 이탈이 가팔라진 영향도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930조8613억원에서 지난 4월 말 915조6312억원으로 15조2301억원 줄었다. 업권별로는 새마을금고가 8조1335억원으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농협·수협·산림조합(3조7389억원), 신협(3조3577억원)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예금은 각각 27조원, 2조원가량 늘었다.

수신 이탈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상호금융 수신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있었지만, 올해부터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상호금융 조합원의 예탁금에 5% 세율이 부과되면서 상호금융권의 절세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다. 주식시장 강세로 여유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타격이 되고 있다. 상호금융권 개별 지점들은 일부 고금리 특판으로 맞불을 놓기도 하지만, 금리 인상만으로는 구조적인 수신 이탈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