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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시선] 지난 6월에 우리가 빼앗긴 것
유럽서도 피땀 흘려 참정권 쟁취
전쟁·독재 거치며 선거 지킨 한국
혁명 대신 투표로 권력교체 이어와
승복의 문화가 자유민주주의 지탱
그 신뢰와 질서를 훼손한 선관위
법의 심판대 세워 강력 처벌해야
이응준 시인·소설가
전쟁·독재 거치며 선거 지킨 한국
혁명 대신 투표로 권력교체 이어와
승복의 문화가 자유민주주의 지탱
그 신뢰와 질서를 훼손한 선관위
법의 심판대 세워 강력 처벌해야
이응준 시인·소설가
선관위가 바라는 상황은, 여당이니 야당이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쟁에 오염돼 선관위 심판 여론이 국민 전체의 50.1% 미만으로 사그라드는 것이다. 저들은 다 계획이 있다. 여야 상충 탓에 특검에 못 들어갈 거고, 들어간들 ‘맹탕특검’이 될 것임을 안다. 사법부와 정치권 등 물타기를 해줄 카르텔은 든든하며 그 수단 또한 다양하다. 하여 우리는 저 두 편의 칼럼 이전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으로 되돌아가봐야 한다.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면, 가엾을 자격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피와 죽음으로 쟁취한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 즉 ‘자유민주 선거’는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한반도 이남에 살던 사람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처럼 주어졌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을 겪고도 150여 년이 지난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중부유럽의 부국 리히텐슈타인은 1984년, 포르투갈은 1976년, 벨기에는 1948년, 스위스는 1971년부터 연방선거에서 그리고 일부 지방자치 단위에서는 1990년에야 여성 투표권이 인정됐다. 미국은 1870년 수정헌법 제15조에 흑인 남성의 참정권을 명시했으나 문해력 시험, 인두세 등 독소조항으로 투표를 가로막았다. 남녀 흑인이 정상적인 참정권을 보장받은 건 1965년 투표권법 제정 이후였다.
이 귀한 자유민주 선거권을, 전 세계 최빈국에 문맹률 41.3%인 곳에서 ‘한 방에 완전히’ 가지게 된 대한민국 국민은 이를 지키기 위한 시련을 긴 세월에 나눠서 후불한다. 6·25전쟁, 4·19혁명, 박정희 3선 개헌과 유신 시대에 대한 반독재 투쟁, 5공시대 민주화운동 ‘등’이 그것이었고, 지면이 모자라 수치를 나열하지 못할 뿐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혹은 민중이든 대중이든) ‘절대다수’는 항상 자유민주주의의 전락(轉落) 앞에서 ‘혁명’ 대신에 ‘올바른 자유민주 선거’를 요구해왔다. 체제의 핵심은 권력의 구성이고, 그건 선거의 유무와 그 양상이다.
예컨대 1950년 북한의 남침이 최종 성공했다면, 한반도 전체에는 ‘인민민주 선거’가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즉 유일독재정당(공산당)이 결정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선거다. 1987년 6월에도 한국 대중은, 4공 유신 때부터 지속된 대의원 체육관 간접선거를 거부하며 정상적인 자유민주 선거로서의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했다. 심지어 북한도 대남 지하방송 한민전을 통해 남한 내 주사파 혁명 세력에게 과격한 체제 전복 시위 대신 ‘직선제 개헌’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라는 지침을 내렸다. 5공 시절에, 북한조차, 대한민국 선거의 힘을 신뢰해 그걸로 향후 ‘정치(혁명)공작’을 설계했던 것이다. 1985년 제12대 총선에서는 신한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했다.
1997년 정권교체도 그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바꿔왔다. 선거 결과가 죽도록 싫어도 이내 냉정을 되찾고 다음 선거를 기다렸다. 정치성향이 서로 다르면 애인도 친구도 되기 힘들다는 이른바 ‘정치적 부족주의 사회’인 요즘에도, 선거 결과의 승복에 있어서만큼은 하나된 국민으로서 칼과 총 대신 언어와 침묵을 선택했다. 선관위는 바로 이 ‘아름다운 것’을 유린한 거다. 1948년 이후 한국인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온 자유민주 선거를 짓밟은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소크라테스는 타락한 양치기 개에 관해 말한다. 양을 해치는 양치기 개는 이리보다 더 무섭다고. 고대 아테네에서는 노예 등을 제외한 일부 시민만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리 같은 양치기 개’인 선관위가 국민을 노예로 만들었으니 우리는 이를 반드시 심판하고 처단해야 한다. 당신이 지난 6월에 빼앗긴 것이 무엇인지를 강도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