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를 옥죄면 고용이 줄어들듯 다주택자를 타도하려고 하면 전·월세가 폭등합니다.”

"다주택자, 전세 공급자이자 신규 주택 수요자"
최병천 명지대 겸임교수(사진)는 7일 “정부가 잇따른 집값 안정화 대책과 세금 강화 방안을 예고하고 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난이 심해지고 있다”며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정책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전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다주택자가 ‘전·월세 공급자’이자 ‘신규 주택의 수요자’라는 두 가지 생산적 역할을 하는 것을 정부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자본가는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과정에서 혁신이 나오고 고용이 확대된다”며 “다주택자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월세를 공급하고 신규 주택 공급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이어 “다주택자를 타도하면 전·월세가 폭등하고 주택 공급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시급히 손봐야 할 정책으로 부동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 3중 중과’와 토지거래허가제를 꼽았다. 그는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집을 내놓고 그 집을 무주택자가 사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는 시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40~50% 수준이어서 전세 세입자가 곧바로 집을 매수하기 쉽지 않다”며 “최근 고가 지역보다 서울 외곽의 실수요 지역 집값이 더 많이 뛰는 건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주택자가 각종 규제로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준 것도 대부분 전·월세로 주거하는 2030세대의 불만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다만 그는 다주택 보유를 장려하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교수는 “다주택자 중과세와 토지거래허가제를 통한 과도한 규제는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지만, 임대소득 과세는 별개의 문제”라며 “임대소득에는 적정 수준의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야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이유정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