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글로벌 방산 메이저 러브콜 받는 韓 중기
“한국의 우수 중소기업 협력사를 찾으려는 글로벌 방위산업 대기업들이 가장 만족한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 1일 개최한 ‘글로벌 방산 공급망 포럼 2026’에 토론회 사회자로 참석한 김만기 KAIST 책임교수는 “국내외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포럼엔 미국 록히드마틴, 보잉, RTX, GE에어로스페이스와 영국 BAE시스템스, 이스라엘 라파엘 등 세계 10여 곳의 글로벌 방산기업 경영진이 방산 공급망 재구축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큰손’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 방산기업 관계자도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현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글로벌 방산기업 경영진은 국내 강소기업과 협력할 기회를 찾는 데 적극적이었다. 기조연설자들도 전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남았다. 휴식시간과 점심시간마다 국내 기업인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이들 ‘방산 메이저’가 한국을 주목하는 것은 탄탄한 제조 기반과 정밀 기술력 때문이다. 자동차·조선·반도체 산업에서 축적한 생산 역량은 전차, 자주포, 미사일, 함정 등 군수 물자를 빠르게 양산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성능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약속한 납기를 지키는 능력도 한국 방산의 핵심 경쟁력이다.

방산 사업은 한 번 궤도에 오르면 파급력이 크다. 폴란드는 2022년 K-2 전차 180대를 도입한 데 이어 2025년 180대를 추가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2차 계약 규모는 65억달러로 1차 계약 34억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계열 전차와 교육, 정비, 수리 패키지가 더해지며 사업 규모가 커졌다. 전차 수출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정비 인력 양성, 장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성장동력을 키워가려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방산기업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전차와 미사일을 조립하는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센서, 배선, 통신장비, 정밀가공, 복합소재,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중견·중소기업을 더 필요로 한다. 이들 기업이 방산 공급망에 진입하면 부품 공동 개발과 현지 생산, 정비·성능 개량 등으로 수십 년간 사업 관계가 지속된다.

정부 지원도 이런 생태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해 시작된 방위사업청의 ‘GVC 30’ 같은 지원 제도가 더 필요하다. K방산이 ‘제2 반도체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대기업만 앞서나가선 안 된다. 중소·중견 협력사가 함께 공급망에 올라타야 한다. 방산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면 반도체에 버금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