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단체의 사업장 출입,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보안이 중요한 업종의 회사에서는 노사 간 교섭이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덕분에 상급단체의 지원을 받는 교섭이나 조합활동에서도 사업장 내부에서의 충돌이 생기는 일이 없다. 이를 알게 된 유사 업종의 다른 회사가 노조 설립과 동시에 외부 교섭을 제안했다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현장순회도 직접 하는데 교섭이 외부에서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사실 교섭 장소나 조합사무실의 위치는 법에 정해진 바가 없어 노사 합의로 정하는 대표적 사항이다. 그럼에도 보안·기업비밀·고객 활동 등을 이유로 외부 교섭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의 사업장 내 출입과 활동에 관한 기준을 한번쯤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제2항은 종사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도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급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장 출입을 막는 것은 이 규정에 반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상급단체 간부들이 사업장에 들어가 약 25분간 조합원들과 인사·악수·대화를 나누는 현장순회를 한 사안에서 폭행·협박이나 시설 점거 등 강제적 행위 없이 이루어진 조합활동은 시설관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도3143 판결) 더불어 노동조합의 사업장 내 현장순회 역시 주체·목적·시기·수단 등 정당성 요건을 갖추면 조합활동으로서 보호된다.(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7도2478 판결)

그러나 그 출입의 자유가 무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업비밀 유지가 필요한 생산공정이거나 고객 동선과 겹칠 수 있는 경우에는 출입의 목적·체류 시간·허용 장소를 특정하고 사전 보안교육을 요건으로 설정하는 등 합리적 제한도 고려할 수 있다. 법원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허용 여부는 △출입의 목적 △장소 △출입자의 수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사용자 업무 지장 정도 △시설관리권 침해 전력 △노사 간 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종사근로자가 아닌 (상급단체 등) 조합원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이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사용자로서는 시설관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및 사업장 내 시설물 이용은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의 경우보다는 더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서울고등법원 2022. 6. 9. 선고 2021누47754) 반면, 절차나 기준 제시 없이 전면·획일적으로 출입을 차단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중앙노동위원회 2025. 12. 22. 판정 2025부노107) 또한 근무시간 중의 현장순회는 단체협약의 별도 허용규정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상급단체의 현장순회에 대한 시간적 허용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담당자로서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용노동부 2008. 6. 12. 회시, 노동조합과-1277)

이러한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종합하여 사용자가 시설관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몇 가지 실무 원칙을 갖춰 두어야 한다. 외부인이 사업장 내 조합사무실을 출입하는 경우에는 사전 통보를, 조합사무실 외의 기업 소유의 이용중인 시설물 등에 출입하는 경우에는 사전협의 및 승인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로 인정될 수 있다.

보안규정을 마련함에는 상급단체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외부 방문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통해 노사간 갈등요인의 규정으로 작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보안규정은 사업장 내 출입과 영업비밀 등의 보호를 위한 절차적 규정 중심으로 구성하여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급단체의 출입에 대한 조정이 어려워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에는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기피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업무적 필요성에 기초한 것임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노사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과 노동조합의 노동3권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이지만, 그 충돌을 법적 다툼으로 끌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업장의 특성과 노사 간 관행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노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노사관계의 안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