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정제 도입되면…골프장에서 벌어질 일들
한경 CHO Insight
현재 골프장 캐디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고용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여 관련법령상 보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등을 통해, 캐디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 이유는 ① 골프장이 캐디들의 근무내용,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함, ②캐디들은 경기보조업무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작업도구를 골프장으로부터 제공받아 사용하고 노무 이외에 자신의 자본을 투여하는 일이 없음, ③ 업무내용이 단순 노무제공의 측면이 강함, ④ 골프장이 지정한 순번에 따라 출장의 기회를 제공받으므로 이용객을 임의로 선택하거나 교체를 요구할 수 없음, ⑤ 캐디피의 액수도 캐디들이 이용객과 사이에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캐디들 스스로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는 독립사업자로 볼 수 없음, ⑥ 캐디들은 골프장이 정하는 출장순번에 따라 출장하는데 자신의 출장순번이 언제 돌아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이 사건 골프장 외의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골프장에 전속되어 계속적인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함 등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부정하였다. 그 이유는 ① 골프장 시설운영자와 사이에 근로계약, 고용계약 등의 노무공급계약을 전혀 체결하고 있지 않음, ② 경기보조업무는 원래 골프장 측이 내장객에 대하여 당연히 제공하여야 하는 용역 제공이 아니어서 캐디에 의한 용역 제공이 골프장 시설운영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아님, ③ 내장객의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캐디피라는 명목으로 봉사료만을 수령하고 있을 뿐 골프장 운영자로부터는 어떠한 금품도 지급받지 아니함, ④ 골프장에서 용역을 제공함에 있어 순번의 정함은 있으나 근로시간의 정함이 없어 자신의 용역 제공을 마친 후에는 골프장 시설에서 곧바로 이탈할 수 있음, ⑤ 내장객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예정된 순번에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용역 제공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골프장 운영자가 캐디피에 상응하는 금품이나 근로기준법 소정의 휴업수당을 전혀 지급하고 있지도 아니함, ⑥ 내장객에 대한 업무 수행과정에서 골프장 운영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 않음, ⑦ 내장객에 대한 경기보조업무 수행을 해태하여도 그 용역을 제공하는 순번이 맨 끝으로 배정되는 등의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을 뿐 달리 골프장 운영자가 캐디에 대하여 회사의 복무질서 위배 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하지 아니함 등이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설시된 위 내용들은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13432 판결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 95누13432 판결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였는데, ②에 대해서는 ‘골프채 운반과 제공, 샷 이후 잔디 파손 부분 손질은 원래 내장객이 하여야 할 일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보았고, ③에 대해서는 ‘내장객은 일반적으로 골프장사업협회에서 권장하는 캐디피를 지불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그 봉사료의 액수는 원칙적으로 내장객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고, 봉사료가 반드시 내장객마다 일정한 것은 아니며, 골프장 운영자가 봉사료의 액수를 결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으며(그런데 이 내용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설시한 위의 이유 ⑤와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④에 대해서는 ‘순번의 정함은 지휘·감독권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골프장 시설을 이용하여 내장객에게 용역을 제공하는 캐디들 사이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고, ⑥에 대해서는 ‘캐디 마스터의 지휘·감독은 캐디의 업무내용이나 업무 수행방법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아니고 그 시설을 이용하여 용역을 제공하는 캐디를 관리하기 위하여 경기수칙을 교육하고 내장객에 대한 예절 등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위 2011다78804 판결에 대해서는, 캐디를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인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면서도, 거의 동일한 판단 징표를 사용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것은 모순이라는 학계의 비판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가장 큰 이유는 골프장 운영자와 캐디가 근로계약이나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노무 제공의 대가인 캐디피를 골프장 운영자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노무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골프장 운영자가 노조법상 사용자로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골프장마다 캐디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다양하므로, 개별 사안마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캐디 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근무 유연성이나 수익의 확장성에 제한이 생겨 결코 유리하지 않으므로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되어도 실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직 캐디가 아니더라도, 퇴직한 캐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주장하면서 퇴직금이나 미지급연차수당 등의 지급을 청구하고, 근로자추정제의 여파로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그 파장은 골프장 업계에 클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상 책임은 단순히 민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체불 등 형사책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입장에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최대한 방어하면서, 노캐디 전환, 캐디 자치회에 캐디 배치 등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 부여, 캐디 업무 외주화, 캐디에 대한 지휘·감독 요소 배제 등 각 골프장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