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임피제 도입…'내용'보다 중요한 건 '절차'
한경 CHO Insight
이명철 변호사의 ‘他山之石 노동판례’
이명철 변호사의 ‘他山之石 노동판례’
정년연장을 논의하면 항상 세트로 따라오는 것이 임금체계의 개편, 즉 임금피크제의 도입이다. 임금피크제가 유효한지는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인지에 달려 있고,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피크임금보다 감액된 임금을 지급받게 되어 불이익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정년이 연장된 측면을 아울러 고려하면 생애 총소득의 관점에서는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므로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기존의 정년에서 연장된 연령 구간에서도 상조회, 학자금, 의료비, 건강검진, 복지포인트 등 복지혜택은 그대로 받게 되면 임금피크제로 입게 되는 불이익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사정 등이 있다면 실체적 측면에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실체적 유효성의 문제 외에 ‘절차적’ 측면에서도 유효하여야 최종적으로 유효한 것이 된다.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가 늘 논란이 되는 이유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에 관하여 인사노무 담당자가 꼭 알아야 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다215010 판결).
백화점, 슈퍼마켓, 홈쇼핑 사업 등을 하는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60세 정년이 의무화되자 회사는 노동조합과 정년 연장 및 임금 피크제 도입에 관한 내용이 반영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당시 과반수 노동조합은 아니었다. 회사는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사규에 반영하여,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반영된 인사관리 규정 및 연봉규정의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근로자의 정년은 57세에서 60세로 변경되고 임금 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임금은 적용 직전의 연봉에 56, 57세는 100%, 58세는 75%, 59세는 65%, 60세는 60%의 지급률을 곱한 금액으로 지급된다. 회사는 사내 전산망에 개정안을 게시하고, 전산상으로 동의, 부동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전체 근로자의 약 78%가 동의를 하였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위와 같은 동의서 징구방식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법리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1심과 2심은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임금피크제에 관한 단체교섭이 진행된 이후, 본사 인사팀은 각 지점의 지원팀장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여 취업규칙 변경 내용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의 내용 및 취지에 대해 숙지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얻었다고 보아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틀렸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종료한 후 각 지점의 지원팀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회사측 협상위원으로 참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일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동의의 주체인 전체 근로자의 회합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다. 나아가 회사는 각 지점별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하였다고 주장하나 그 증거가 부족하며 설령 추가 설명회가 개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설명회가 근로자들이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 의사를 모으는 ‘회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회사가 사내 전산망에 게시한 공지사항에는 임금피크제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동의서에도 단지 개정 전후의 취업규칙 내용을 병렬적으로 기재한 표가 제시되어 있을 뿐인데 공지사항과 동의서에는 동의 절차의 성격이 ‘단체협약 체결 및 근로기준법 변경에 따른 개정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어, 근로자로서는 자신의 의사표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정도 추가로 제시하였다.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어떻게 다 모아서 회의를 개최하라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전체 회의와 투표 방식 대신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의견 형성 과정에 근로자들 상호 간 부서별, 지점별로라도 의견을 교환하고 찬반 의견을 집약하는 회의 방식 등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여전히 동의서 징구 방식에서도 필요하다는 전제를 추가하였다. 그와 같은 실질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임금피크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시한 근로자의 수가 형식적으로 과반수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 취합 결과가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2016년부터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었고 그 후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한 수많은 분쟁과 소송이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와 여당의 정년연장안이 입법화되면 2029년부터 곧바로 정년연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임금피크제 분쟁의 제2막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근로자의 동의절차를 생략해도 되는 취업규칙 특례가 입법적으로 도입된다면 절차의 문제는 완화될 것이나 노동계에서 쉽게 특례제도를 용인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업은 앞서 본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체적 내용뿐만 아니라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에 관하여도 충분한 검토와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피크제가 아무리 내용면에서는 합리적이더라도 절차적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어 결국 회사가 임금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불상사를 겪게 될 수 있다.
이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