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이냐 과태료냐…헷갈리는 건설공사 발주자 vs 도급인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에게 부여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의 원인이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중대재해를 초래하였다는 것을 해당 기업 및 사고 현장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입장이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법원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및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5. 1. 21. 선고 2023고단1983 판결).

그러나 건설공사 발주자로 인정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 의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어 안전조치 의무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발주자는 건설공사기간의 연장의무, 안전보건 관련 대장 작성 등의 의무가 있으나, 이를 위반하더라도 형사처벌이 아닌 대부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뿐이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책임도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들은 사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기업 운영을 위해 건설공사를 발주 또는 도급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그런데, 건설공사 과정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기업이 발주자인지 또는 도급인인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형사책임을 질 것인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공사 발주자에 대해서는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나 도급사업주의 안전 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5902 판결 등).

그러나 발주자라도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 의무는 아니더라도, 관련 법령상 안전 관련 의무가 있음에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수록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하여 의도적으로 안전 문제를 방치할 수도 있다.

법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건설공사발주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수급인의 건설공사에 대한 관여를 주저하거나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결과는 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산업재해의 예방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건설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관련 전문인력과 설비 등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고, 공사계약상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관리 권한이나 의무가 부여되지 아니한 지위에 있는 도급 사업주가 건설공사 과정에서 도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점검, 조정 및 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고 보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5902 판결).

위와 같이 발주자로 인정받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등 형사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발주와 도급의 판단 기준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도급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그러나 위와 같은 동일한 기준에 따라 판단을 하였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2개의 사건에 대해 판결 결과가 유죄와 무죄로 나뉘었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1) 해당 공사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피고인은 시설 유지 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면서, (2) 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3) 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관리하는 자로서 단순한 건설공사발주자를 넘어 수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이를 근거로 유죄 취지로 판결하였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반면에 두 번째 사건에서는 (1) 해당 공사는 피고인 사업의 주된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2)관련 면허, 전문 기술인력, 설비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전문성도 없는 반면 협력업체는 대형건설사로서 상당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으며, (3) 공사금액도 상당하여 협력업체에서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한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4) 계약 내용 자체가 설비를 시공한 후 가동 가능한 상태로 협력업체가 피고인에게 인도하는 것이며, (5) 피고인이 주간공정회의를 주관한 적은 있으나, 이는 도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정률 점검, 조정(업체들 간의 작업 동선 간섭과 일정 충돌 방지) 및 시공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 등의 차원으로 구체적인 시공방법이나 작업 내용 등에 관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6) 피고인이 현장시험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협력업체의 업무수행을 위한 협조 차원이라고 볼 측면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피고인을 발주자로 보고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5902 판결).

두 사건의 경우 1심과 2심 또한 각각 유, 무죄로 나누었고, 대법원에서는 전부 2심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법원 내부에서도 도급 여부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도급인에 해당하여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급인 판단기준이 보다 명확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