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리모델링 대신 도배와 기본 공사만 했습니다. 가구와 소품도 최소한으로 들였어요. 어차피 3~4년 지나면 유행이 바뀌는데 굳이 돈을 쓸 이유가 없죠.” (서울 광진구 식당을 인수한 40대 A씨)

“유튜브를 보며 셀프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바닥재 등은 직접 구매하고, 시공 인건비만 지급하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홍대에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 30대 B씨)

경기 침체로 외식업 창업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초기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실속형 창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테리어 투자부터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니 창업' 열풍…인테리어비 25% 줄었다

◇음식점 ‘개업 비용’ 줄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업체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개업 평균 인테리어 비용은 2020년 3851만원에서 지난해 2881만원으로 5년 만에 970만원(25.2%) 줄었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 3942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탔다. 인테리어 비용이 1억원 이상 들어갔다고 답한 일반음식점 비중은 2020년 4.4%에서 지난해 1.8%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반면 1000만원 미만 저비용 인테리어 비중은 같은 기간 5.1%에서 8.9%로 뛰었다.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본사 인테리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프랜차이즈조차 초기 투자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인테리어 비용은 2020년 5201만원에서 올해 3769만원으로 27.5% 줄었다. 1억원 이상 투자 비중도 8.8%에서 2.1%로 급감했다. 업종별로는 ‘주점업’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주점업 평균 인테리어 비용은 2020년 4546만원에서 2025년 2996만원으로 34.1% 감소했다.

창업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이 줄자 전체 창업 비용도 축소됐다. 외식업체 평균 개업 투자비용은 2023년 6302만원에서 지난해 7383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6700만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높은 대출금리와 소비 위축 영향

저가형 프랜차이즈와 소규모 창업 확대가 창업 비용 감소의 이유로 꼽힌다. 대형 카페와 고깃집 대신 소형 커피전문점, 테이크아웃 매장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평균 인테리어 비용이 낮아졌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가 지난해 5월 선보인 콤팩트 매장이 대표적이다. 기존 스탠더드 모델(25평)은 점포 개설 비용으로 약 1억8000만원이 필요했지만 콤팩트 모델(15평)은 1억원만으로 가능하다. 인테리어와 마감재를 간소화하고 공사 매뉴얼을 단순화해 불필요한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였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최근 전체 신규 출점 매장 가운데 약 70% 이상이 콤팩트 매장이었다.

배달 플랫폼의 발달로 홀 장사를 포기하고 배달·포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형 매장도 늘고 있다. 세종시에서 배달 전문 국밥집을 창업한 C씨는 “홀에는 기본적인 테이블과 의자만 두고 사실상 창고처럼 쓴다”며 “조리 시설만 갖추면 되니 홀 인테리어에 돈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폐업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폐업 음식점이나 주점의 기존 주방과 집기를 그대로 인수해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높은 대출금리와 소비 위축 때문에 초기 투자금을 최소화해 ‘손익 분기점’을 앞당기려는 창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창업 비용이 낮아진 것은 창업자가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며 “불황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보지 않는 것에 방점을 둔 ‘실속 창업’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