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부스 굿즈. /김영사 제공
김영사 부스 굿즈. /김영사 제공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서울국제도서전. 올해 도서전의 진짜 전쟁터는 책장이 아니라 굿즈 진열대 앞이다. 개막 첫날부터 인기 부스마다 긴 줄이 늘어섰고, 일부 한정판 굿즈는 오전에 동이 났다. 이제 도서전은 신간을 발견하는 공간인 동시에 취향을 증명할 아이템을 수집하는 거대한 팝업스토어가 됐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민음사 부스는 올해의 하이라이트다. 민음사는 한쪽 벽면을 통째로 ‘굿즈 가챠’(캡슐 뽑기) 공간으로 꾸미고 세계문학전집 일러스트를 활용한 스티커, 핀버튼, 키링, 한지 책갈피 등을 선보였다. 개막 전 온라인 기획전에서도 세계문학전집 키링 파우치 일부 품목이 조기 품절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출판사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굿즈와 콘셉트로 독자를 끌어모았다. 푸른숲은 부스를 세탁소처럼 꾸미고 ‘독서는 기세다’ 티셔츠와 독서 주머니 등을 전시했다. 김영사는 출판사 이름을 활용한 ‘짐영사’(GYM영사) 콘셉트로 부스를 마련해 ‘독서력만큼은 3대 500’이라는 유쾌한 메시지를 내세웠다. ‘총균쇠질’ 굿즈와 스포츠 타월 등 운동을 패러디한 상품도 관람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네이버웹툰의 ‘쿠키 팩토리’ 역시 한정 굿즈와 체험형 이벤트를 앞세워 젊은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문학동네와 문학과지성사는 도서전 한정판 에디션과 리커버본으로 독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독립출판계에서는 유어마인드와 쪽프레스 등이 아트북, 미니북, 한정 제작 굿즈를 선보이며 마니아층의 호응을 얻었다.

도서전 공식 굿즈인 ‘두두리 패스’도 인기 품목이다. 배지와 에코백 등이 포함된 패키지는 100세트 한정으로 판매됐다. 현장에서는 책을 구매하기보다 굿즈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동선을 짜는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전부터 줄을 서 입장했다는 30대 전서형 씨는 “책보다 굿즈 예산을 더 많이 잡았다”고 말했다. 20대 이지영 씨는 “꼭 사고 싶은 굿즈가 있어 새벽에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한 ‘텍스트 힙(text hip)’ 문화와 맞닿아 있다. 글을 읽고 책을 가까이하는 행위를 멋진 취향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책 자체뿐 아니라 독서와 연관된 물건도 하나의 문화 자본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는 ‘도서전 필수 굿즈’ ‘부스별 한정 특전’ 정보가 공유되고, 인기 굿즈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끊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 흐름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올해 초 열린 논픽션 도서전 ‘디스이즈텍스트’는 아예 굿즈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