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희성 기자
그래픽=전희성 기자
인공지능(AI)은 글 쓰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AI엔 ‘창작의 고통’ 따윈 없어 보인다. 아름다운 문장과 선율, 미장센을 단숨에 만들어 낸다. 글쓰기를 평생 연마한 사람들에겐 커다란 불길이 덮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해법을 ‘질문하는 인간’에서 찾는다.

제6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1 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다. 두두리는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다. 불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창조해낸다. 도서전은 AI를 피해야 할 재앙으로만 보지 않는다. 불을 두려워만 하던 인간이 어느 순간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듯, AI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로 본다.

주제 전시 ‘인간 선언 호모 두두리: 2×2=5’는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적혀 있는 것처럼 ‘2×2=?’라는 물음에서 ‘4’는 반박하기 어려운 정답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앞에서도 때로 불편함을 느끼는 존재다. 맞는 답을 알고도 흔들리고, 실패를 예상하면서도 사랑하고, 몰락이 분명한 삶에서도 기어코 의미를 찾는다. 여기서 질문이 시작되고, 문학이 태어난다. 정답이 닫아버린 세계를 다시 두드리기 위해 책은 ‘2×2=5’일 수도 있다며 발버둥 친다.

주제 전시에 놓인 10편의 고전은 그 질문의 오래된 흔적들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은 작품은 인간이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얼마나 오래 헤맸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매여 있는 밧줄이다’(<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험의 실재와 백만 번째 마주치러, 그리고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내 종족의 창조되지 않은 양심을 단조하기 위해 떠난다’(<젊은 예술가의 초상>), ‘내가 어느 순간을 향해 말하게 된다면,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파우스트>).

도서관은 고된 노동이 필요한 대장간이기도 하다. 독서를 위해선 눈과 손을 한곳에 붙들어 둔 채 수고스럽게 머리를 굴려야 한다. 한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앞 장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에는 뼛속까지 아린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통과하며 우리는 ‘질문을 품은 사람’이 된다.

이곳에선 오직 읽고 난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질문을 만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짐승과 AI 사이에 매여있는 밧줄이 아닐까’(독자 신해인), ‘실패할 확률이 99%라도 내 손으로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가슴 뛰는 일은 무엇일까’(독자 조우진), ‘영원히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찰나의 순간에 영원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능력은 무엇일까’(독자 한예원).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답게 도서전은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단체, 326명의 작가와 연사, 416개 프로그램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빼곡한 대장간을 헤치고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직접 자신의 무기를 걸어둘 수 있는 공간도 만날 수 있다. 도서전은 거기서 다시 묻는다. “불길 속에서 당신이 두드려 낸 질문은 무엇입니까.”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