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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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행위를 한 상속인을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202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당시 법원에 계류 중이던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5일 A씨 등이 형제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언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공동상속인에 대해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21년 아버지 사망 후 재산 대부분을 물려받았다. 형인 B씨는 본인의 유류분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부모 등)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유산의 최소 비율을 뜻한다. A씨는 “B씨가 아버지를 장기간 유기하고 재산을 횡령하는 등 패륜행위를 했다”며 B씨의 유류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원래 민법에는 유류분 상실사유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24년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민법 1112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올해 3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에 대해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민법이 바뀌었다. 이 개정 민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원심은 개정되기 전 민법을 바탕으로 B씨의 유류분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개정 민법 부칙에선 신법 조항(상속권 상실 청구)을 2024년 4월25일(헌재의 헌법불합치 선고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만 소급 적용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정법 시행 전에 부양의무 위반 등을 한 사람이 상속인이 됐음을 인지한 공동상속인은, 개정 민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내에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즉 A씨처럼 유류분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던 공동상속인은 올해 9월16일까지 가정법원에 관련 청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