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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민법은 상속결격 또는 상속권 상실 사유 발생 시 대습상속인의 배우자 상속을 제한하여 이전 제도의 불합리함을 개선했으나, 상속권을 상실한 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는 대습상속을 인정함에 따라 유류분 분쟁의 완전한 차단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신중한 검토와 대처가 요구됩니다.
직계비속의 대습상속은 계속 인정
배우자는 제외…가족구조 변화 반영
공동상속인 상호 간 상속권 분쟁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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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C는 A를 강박해 A의 전 재산을 C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까지 작성하게 만들었다. 자식으로부터 폭행과 강박을 당한 A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해외 체류 중 급히 귀국한 B는 주위 친지들로부터 C의 만행을 전해 들었다. B는 소송을 통해 C의 강박에 의해 작성된 유언장이 무효이고, C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에 해당해 상속결격 사유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B는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부친 A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대습상속인의 기대 보호해야”
그 답은 대습상속 제도에 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사망하거나 상속결격 등의 사유로 상속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 일정 범위의 사람이 그 상속인의 순위에 갈음해 상속인이 되는 제도를 말한다. 대습상속은 대습상속인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고, 상속에 있어서의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본래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을 받았다면, 그 사망 후 대습상속인도 그 재산을 다시 상속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종전 민법에 의하면, 상속인이 사망하거나 상속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자녀나 배우자가 대습상속을 할 수 있었다. 위 사례에서 C가 상속결격으로 상속인이 되지 못하면, C의 배우자인 D가 C를 대신하여 상속인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종전 민법이 적용된다면 B는 A의 상속재산을 D와 공동으로 상속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상속결격 사유로 상속권을 상실한 C가 배우자 D를 통해 사실상 상속의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상속인 A의 의사에도 반하는 결과임이 명백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와 달리, 상속인에게 상속결격 사유나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경우엔 대습상속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제기돼 왔다.
개정 민법은 ‘절충적 입법’ 선택
이런 이유로 상속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의 경우에도 대습상속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가진다. 개정 민법은 이 문제에 대해 절충적인 입법을 선택했다. 대습상속 자체는 대습상속인의 고유한 권리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사망은 물론 상속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의 경우에도 직계비속의 대습상속은 계속 인정한다.
다만 배우자에 대하여는 상속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의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않도록 했다. 민법 제정 당시와 달리 재혼이 일반화되고 부부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화된 가족 현실에서, 배우자의 대습상속을 통해 패륜 상속인이 사실상 상속의 이익을 누리는 결과까지 보호할 필요는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위 사례에 개정 민법이 적용된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C는 상속결격 사유가 있어 상속인이 될 수 없는 것이므로, C의 배우자인 D도 대습상속을 할 수 없다. 따라서 C에게 직계비속이 없다면 A의 상속재산은 B가 단독으로 상속할 수 있다.
이처럼 종전 민법은 대습상속 사유를 넓게 인정해 책임 있는 사유로 상속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를 통해 상속의 이익을 사실상 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 개정 민법은 이러한 문제를 일부 보완했다. 책임 있는 사유로 상속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의 배우자에게는 대습상속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상속권 상실선고제와도 연관”
상속권 상실선고는 공동상속인도 청구할 수 있다. 앞으로 상속분쟁에서 공동상속인 상호 간에 상속권 상실을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상속권을 상실한 공동상속인에게 직계비속이 있다면 그 직계비속이 대습상속을 할 수 있다. 상속권 상실이 선고되더라도 나머지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상속권을 상실한 상속인의 직계비속이 대습상속을 할 수 있는 이상, 상속권 상실선고가 유류분 분쟁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상속권 상실선고를 받은 상속인은 상속권을 잃으므로 유류분반환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그를 대습상속한 직계비속은 자신의 고유한 대습상속권을 기초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패륜 상속인 본인의 권리는 배제되더라도, 그 직계비속을 통해 유류분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개정 민법은 배우자 대습상속을 제한함으로써 종전 제도의 불합리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그러나 상속권 상실자의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대습상속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상속권 상실선고가 곧바로 유류분 분쟁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정 상속법은 패륜 상속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지만, 대습상속과 결합되는 지점에선 여전히 새로운 해석과 분쟁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보다 신중한 검토와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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