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인 투자수익 과세 제동…"국내 자문사 있다고 국내사업장 아냐"
서울행정법원, 홍콩·세이셸 법인 법인세 90억원 취소
"실질귀속자는 맞지만 국내사업장은 인정 어려워"
BRV코리아 활동만으로 외국법인 과세 불가 판단
"실질귀속자는 맞지만 국내사업장은 인정 어려워"
BRV코리아 활동만으로 외국법인 과세 불가 판단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 부장판사)는 25일 홍콩 법인 비알비로터스원리미티드(BLI)와 세이셸 법인 파워엠파이어그룹리미티드(PEG)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2024구합82312)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BLI에 부과된 약 80억원, PEG에 부과된 약 9억8000만원의 법인세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두 회사는 BRV 펀드그룹이 국내 기업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BLI는 하이로닉 주식을 매각해 약 226억원의 양도차익을, PEG는 대성산업가스 주식과 전환사채를 처분해 약 194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다. 과세당국은 이들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2021년 법인세를 부과했다.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두 회사가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인지 여부였다. 원고들은 독자적인 조직과 설비가 없는 '도관회사'에 불과해 실질귀속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자와 주식 양도는 모두 원고들 명의로 이뤄졌고, 인력과 설비가 부족하거나 투자금을 상위 펀드에서 조달한 사정만으로는 일반적인 특수목적법인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원고들이 조세회피만을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존재를 노출하지 않거나 공동투자를 위한 사업 목적도 있었다며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는 원고들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핵심은 국내사업장 인정 여부였다. 과세당국은 BRV그룹의 실질적 의사결정자인 윤관 회장이 국내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했고, 국내 자회사인 BRV코리아 직원들이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한 만큼 국내사업장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국법인이 국내사업장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업활동을 수행하는 고정된 장소에 대한 사용·처분권한"과 "직원 또는 지시를 받는 사람이 본질적 사업활동을 수행했다는 점"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BRV코리아가 원고들과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내 법인이고, 원고들과 지분관계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BRV코리아 직원들이 투자 실무를 담당했다 하더라도 이는 BRV홍콩과 체결한 자문계약에 따른 BRV코리아 자신의 업무일 뿐 원고들의 사업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이 BRV코리아 사무실에 대한 사용·처분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 BRV코리아 직원들이 원고들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윤관 회장의 지시 역시 곧바로 원고들의 지시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투자금 모집과 투자처 분석, 투자 결정, 투자금 회수 등 핵심 사업활동이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법인세법상 '간주 국내사업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관 회장이 투자와 매각을 주도했더라도 이는 최상위 운용법인의 이사로서 활동한 것일 뿐, 원고들의 중개인이나 대리인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고들이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내사업장을 보유한 외국법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법인세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