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 균형발전 전략, 부동산 시장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 균형발전 전략, 부동산 시장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역대급 올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언급하며 “지금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할 국면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수해온 ‘돈 풀기’ 정책을 완급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빚은 ‘특별한 호황’이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 억제를 위해 세제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는 점도 밝혔다.

◇“확장적 재정 운용할 국면 아냐”

김용범 "주택 닥치고 지어야…공급 늘릴 특단의 논의 필요"
김 실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 부문이 폭발적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거시 정책을 확장적으로 가져가면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통화와 재정 정책은 긴축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 운용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통화 정책도 긴축적(기준금리 인상)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는 그간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확장 재정 기조에서 변화한 측면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확장 재정이 아니라) 긴축 재정이 오히려 포퓰리즘”이라며 적극 재정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재정을 풀면 경제가 성장해 명목 GDP가 커지고, 그러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떨어져 확장 재정 여력이 생기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논리였다.

김 실장은 “교역 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돼 돈이 들어오고 있다”며 “그러면 소위 비커(beaker)의 수위가 높아지고 이를 못 따라가는 일반 사람은 부담이 된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유동성이 확대돼 물가와 금리 ‘수위’가 오르면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으니 이런 양극화 문제를 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부동산 시장 상황도 반도체 호황과 연결해 설명했다. 먼저 주택 공급은 2~3년 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업계가 위축된 영향이 지금 ‘공급 절벽’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주택 수요를 부추기는 ‘도전적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주택 공급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특별한 호황을 맞아 수요는 강한 시기”라고 했다.

김 실장은 “(주택 수급 여건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 등 세제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거시적으로 부동산 시장 관리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에서 조세도 중요한 주제”라고 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해 수요를 억누르는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지난해 발표했고, 이 대통령이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세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이날 “부동산 정책에 관해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실장은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공급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폐교 등 공공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을 샅샅이 찾으려고 한다”며 “공급을 늘릴 특단의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영등포, 구로 등 옛 산업단지 밀집 지역을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n% 성과급 요구, 룰 만들어야”

김 실장은 삼성전자 사례를 계기로 산업계에 확산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와 관련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번(삼성전자 사례) 일이 일상적으로, 무조건 쟁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며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록적 호황과 고용 절벽은 극단적인 모습”이라며 “내년도 예산 편성에 청년과 관련한 담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부처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