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외교단 만난 李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주한외교단장인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를 비롯해 118개국 상주 공관 대사와 30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 주한외교단 만난 李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주한외교단장인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를 비롯해 118개국 상주 공관 대사와 30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물가 상승률이 높고 소득 양극화도 심하다”며 “서민 소득지원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정책 당국에 지시했다. 중동 사태로 인한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 ‘삼전닉스’ 등 대형주 중심의 주가 급등으로 양극화 골이 깊어지는 만큼 소외된 계층에 대한 소득지원을 검토해보라는 주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소득지원 발언을 재정 투입을 통한 저소득층 직접 지원으로 해석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제기됐다.

◇李, 추경 시사?…靑은 부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재원 조달 가능 수단을 물으며 소득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에게 “서민 소득지원 정책을 지금 추가할 재원이 있느냐”고 물었고, 구 부총리는 기존에 편성된 예산과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을 최대 20%(금융성 기금 30%)까지 국회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소득지원 검토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초과세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는 아니다”며 “효과적인 양극화 해소 방안을 마련해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초과세수로 (재정 여력은 있으니) 유류세를 낮춰도 재정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고가격제도 더 과감하게 유지하고 최고 가격도 낮춰가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고 가격을 낮추고, 소득 지원을 하는 건 모두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라며 “재정을 이중으로 낭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소득 양극화 대책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가 체감하는 근본적인 자산 격차 해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반도체 호황, 그중에서도 주식시장 급성장이라는 눈부신 성과가 있지만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라는 그늘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며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청년 세대는 현 시대에 가장 큰 소외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부터 2주간 신청을 받는 청년미래적금과 관련해 조건만 만족하면 추가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모두 가입시키라고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했다. 매월 최대 5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6%나 12%를 매칭해 지원하는 3년 만기 적립 상품이다.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도 있다.

◇기후부엔 “교조적이면 안 돼”

이 대통령은 1500원대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구 부총리에게 “수출도, 경상수지 흑자도 사상 최대라 원래 환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계속 불안한 진짜 이유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때문이라는 것이냐”고 물었다. 구 부총리가 급격한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매도, 이로 인한 환전 수요 증가 등을 배경으로 설명하자 “이게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단기적 문제인 거 아니냐”며 “어쨌든 1500원대 중반은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과하다는 것 아니냐”고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는 “기저전력 확보 문제에서 너무 교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기저전력 전환은 원전을 중심으로 가고, 석탄 발전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안정적 전력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급격하게 탈탄소를 추진하느라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달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