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LNG 펌프 국산화 개발 및 실증을 기념하는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LNG 펌프 국산화 개발 및 실증을 기념하는 현수막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영하 162도의 초저온 액화천연가스(LNG)를 다루는 LNG터미널에서 ‘펌프’는 인간의 몸으로 따지면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설비다.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펌프는 그동안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외국산 독점 구조를 깨고 국내 강소기업과 협력해 ‘초저온 K-LNG 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중소기업은 초저온 펌프 시제품을 설계·제작할 기술력을 갖추고도, 실제 현장에서의 운전 실적이 없어 시장 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펌프 고장이 곧 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 사용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택 LNG 기지를 과감하게 개방했다. 정부의 ‘K-테스트베드’ 정책과 연계해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펌프를 실제 운영 중인 설비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 것이다. 실패 시 계통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쓴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스공사와 협력기업인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약 6개월간 평택기지에서 240회에 달하는 가동 및 정지 테스트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절연 불량 등의 결함을 가스공사의 정비 노하우로 개선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최종 성능 평가에서 유량, 양정, 진동 등 모든 항목에서 ‘매우 양호’ 판정을 받으며 외산 제품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선급과 한국기계연구원 등 공인기관이 평가에 함께 참여해 객관적인 신뢰성도 확보했다.

국산화 성공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산 펌프 가격은 개당 약 12억원에 달하지만 국산 제품은 9억6000만원 수준으로 약 2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또 20개월가량 걸리던 조달 기간을 12개월로 대폭 단축해 안정적인 설비 운영이 가능해졌다.

가스공사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32년까지 국내 신규 LNG 탱크 건설 및 노후 펌프 교체를 통해 약 47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초저온 펌프 국산화는 공공기관이 테스트베드를 제공해 중소기업의 기술 성장을 이끈 동반성장의 모범 사례”라며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에너지 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청정 에너지인 LNG 공급을 통한 국민 생활의 편익 증진 및 복리 향상을 목적으로 1983년 설립됐다. LNG 인수기지와 천연가스 공급 배관망을 건설하고, 해외에서 LNG를 수입해 인수기지에서 재기화한 뒤 도시가스사와 발전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가스공사의 주요 업무다. LNG는 주로 중동(카타르, 오만, 예멘, 이집트),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러시아(사할린), 호주, 미국 등에서 도입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