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식량안보·기술자립까지…ESG로 국가경쟁력 키운다
가스공사, LNG 초저온 펌프 국산화
서부발전, 네발로 걷는 로봇 현장 투입
한수원, 4년연속 중대재해 '제로'
aT, 식량 부족국가에 쌀 5만t 지원
해양진흥공사, 청소년 해양문화 체험
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 제품 사면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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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자립·AI 혁신이 새로운 사회공헌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술 자립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면서 핵심 설비를 국산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기업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의 핵심 설비인 초저온 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설비는 영하 162도의 LNG를 이동시키는 장치다. 그동안 해외 제품에 의존했다.문제는 기술력이 있어도 실제 운전 실적이 없으면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평택 LNG 기지를 시험 무대로 개방했다. 국내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제품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그 결과 국산 펌프는 수백 차례 시험 운전을 거쳐 성능을 입증받았다. 가격은 외국산보다 저렴하고, 공급 기간은 짧아졌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인프라를 개방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발전소 현장에서는 AI와 로봇이 안전 관리를 맡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네 발로 걷는 로봇을 발전소에 투입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을 순찰하며 설비 상태를 점검한다. 안전모 미착용과 작업자 쓰러짐 같은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관련 정보를 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반복적인 점검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면서 직원들은 정비와 안전관리 같은 고난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서부발전은 연료 수송 관리에도 AI를 적용했다. 선박 위치와 기상 정보를 분석해 입항 시간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이를 통해 발전 연료 재고를 더욱 정확하게 관리하고 물류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량안보·인재 육성까지 역할 확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국에서 원전과 양수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4년 연속 중대재해 ‘0’을 기록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안전 점검과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다.한수원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닥터헬기를 활용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과 컨설팅도 확대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사까지 함께 안전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전쟁,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식량 확보가 국가 안보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림식품축산부 등 정부와 함께 국제 식량원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식량 부족을 겪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 국가에 총 5만t의 쌀을 지원할 계획이다.
태풍과 홍수 피해를 본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긴급 쌀 지원 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식량 공여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식량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식량안보를 지원하는 국가로 위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해양 분야에서는 미래 인재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역 상생과 해양 인재 육성, 해양환경 보호를 핵심 축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취약계층 청소년에게는 해외 해양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학생 대상 해양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해양산업 교육 과정도 새롭게 마련했다.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항만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기후위기 대응도 공공기관의 새로운 과제
기후위기 대응 역시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야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한 달 동안 ‘녹색소비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 제품을 구매하면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매 장벽을 낮췄다.친환경 제품 할인 행사와 리필 캠페인 등을 통해 녹색 소비 확산에 나서고 있다. 환경 보호를 일상 속 소비 행동과 연결하려는 시도다. 친환경 제품 소비가 늘어나면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의 사회공헌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단순한 지원 사업을 넘어 기관의 본업과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술 자립과 AI 혁신, 안전 경영, 식량안보, 미래 인재 육성, 환경 보호가 모두 공공기관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