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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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아파트 경매에 참여한 한 낙찰자가 숫자 ‘0’을 하나 더 적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현장에 참석해 수기로 진행되는 ‘행정 편의적’ 경매 시스템으로 인해 한 달에 한 번꼴로 낙찰자가 과도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영등포구 도림동 영등포아트자이 전용 143.59㎡ 매물이 172억96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아파트의 최초 감정가는 18억8000만원. 지난 4월 한 차례 유찰되면서 2차 경매 감정가는 15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낙찰자가 17억2960만원을 적으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기재해 172억9600만원을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가 매수 신고인은 법원에 매각 불허가 신청과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수자의 입찰표 작성 실수는 현행 규정상 매각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낙찰자가 매수를 포기할 경우 최저 입찰가의 1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 물건의 입찰보증금은 약 1억5040만원이다.

이 같은 단순 오기에 의한 피해 사례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경매업계의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84㎡ 매물이 감정가 7억원대임에도 6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해당 낙찰자는 매수를 포기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2024년에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한 아파트 전용 85㎡ 물건이 감정가 8억원에 경매에 부쳐져 6700억원에 낙찰되는 사례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매 시스템이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이고 폐쇄적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법원 경매는 여전히 종이 입찰표에 볼펜으로 금액을 직접 적어 입찰함에 넣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경매 참석을 위해서는 반드시 출석해야 하다 보니 추가 비용을 부담해 대리인을 써야 한다. 현장에는 경매 브로커나 대출 상담사들이 텃세를 부리며 초보 경매 참여자를 호도하는 경우도 많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대법원 경매 시스템도 온비드(공매)처럼 전자입찰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법정 갈등과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참여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