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16일 오전 10시 55분
지난 14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메가박스중앙이 배급하는 영화로 다음달 15일 개봉 예정인 ‘호프’.  플러스엠 제공
지난 14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메가박스중앙이 배급하는 영화로 다음달 15일 개봉 예정인 ‘호프’. 플러스엠 제공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파장이 영화산업까지 번질 조짐이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메가박스중앙이 투자와 배급 양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박스중앙은 롯데시네사와 합병을 추진해 ‘메가 시네마’ 시대를 계획해왔던 데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호프’의 배급까지 담당하고 있다.

◇물 건너간 ‘메가시네마’

16일 영화·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시네마가 진행해온 합병 논의는 이번 사태로 동력을 잃었다. 양사는 지난해 5월 콘텐트리중앙이 보유한 메가박스중앙 지분(95.98%),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컬처웍스 지분(86.37%)을 기반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두 회사는 MOU 기간을 연장해 오는 30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으나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합병은 사실상 종료됐다.
메가박스 회생 신청에 고민 깊어진 '호프'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계약서나 MOU에서 거래 당사자 한쪽이 회생이나 도산 절차에 들어가면 자동해지 또는 상대방이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합병과 관련한 모든 단계에서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생기업인 상태에서 합병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멀티플렉스 업계 2·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이 영화시장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도 허사로 돌아갔다. 지난해 영화 관객은 1억609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2019년의 2억2600만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반면 513개(2019년)이던 극장 수는 지난해 기준 547개로 오히려 늘어나는 등 공급 과잉이 심각해졌다.

상영뿐 아니라 투자·배급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메가박스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한 배급사들이 박스오피스 수익을 제때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상반기 메가박스에 배급한 영화들의 상영 부금은 최근까지 문제없이 지급됐다”면서도 “회생 명령이 개시되면 자금 동결로 정산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프’ 개봉 문제없나

다음달 15일 개봉을 확정한 영화 ‘호프’의 흥행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가박스중앙의 영화사업부문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이 영화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200여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하반기 흥행 기대작으로 거론돼 왔다.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에서 빌린 돈이 1690억원(6월 현재)에 달하는 등 관계사로부터 꾸준히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할 만큼 자체 현금창출력이 바닥을 친 메가박스중앙으로서는 ‘호프’의 흥행이 절실하다.

플러스엠 측은 당초 일정대로 개봉한다는 계획이지만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영화 흥행을 위한 예산을 유연하게 집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순제작비만 역대 한국영화 최대 규모인 500억원 이상 들어간 ‘호프’는 쇼케이스, 시사회, 각종 광고 등 개봉 전후로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원의 홍보·마케팅(P&A) 비용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메가박스중앙의 회생 신청과 관련한 카드뉴스를 게재하기도 했다.

영화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대형 상업영화인 데다, 칸 영화제 화제성으로 흥행 요인은 확실한 작품”이라며 “‘호프’가 흥행에 어려움을 겪으면 올해 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영화 제작시장이 다시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팽배해 있다”고 했다.

유승목/최다은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