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미래 경제
하청 근로자도 원청과 교섭 가능
大·中企 임금 격차 줄어들까
한국, 경기변동 따른 해고 어려워
기업이 과도한 비용 부담 떠안아
로봇·AI의 인력 대체도 가속화
일자리 양극화만 심화할 가능성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大·中企 임금 격차 줄어들까
한국, 경기변동 따른 해고 어려워
기업이 과도한 비용 부담 떠안아
로봇·AI의 인력 대체도 가속화
일자리 양극화만 심화할 가능성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한국은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차이가 큰 나라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복지·후생 혜택 등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란봉투법은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하청 근로자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에 교섭력을 갖게 만들어 이런 현상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노란봉투법 이전에는 그 누구도 가능한 해결책을 입법화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의도한 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격차가 줄고 모든 비정규직이 궁극적으로 정규직화된다면, 원·하청 교섭을 통해 안전 사고와 노사 분규가 줄어들고 근로자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 이익이 증가한다면 이 법은 대단한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일단 왜 비정규직이 생겨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과도한 임금 격차가 존재하게 됐는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시장 경제는 기업이 매출 최대화와 비용 최소화로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 체제다. 비용 최소화에는 당연히 노동 비용을 줄이는 것이 포함된다. 노동 비용을 절감하려면 경기가 좋을 때 근로자를 늘리고 경기가 나쁠 때 줄여야 하는데, 한국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나라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업은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핵심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소수 정규직에게 맡기고, 나머지 일은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물론 하청업체 인력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 달리 이야기하면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을 통해 경기 변동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충분히 보상한다면 비정규직 임금이 낮을 리 없으나 현실은 반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원청기업이 협상력 높은 원청 노조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기업 근로자에게는 낮은 임금을 주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이 직접적 계약 관계가 아닌 하청기업 근로자와 원청기업 간 교섭을 허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러나 기업이 하청기업 근로자에게 현재보다 파격적으로 높은 임금을 지불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경기 변동에 따라 노동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윤 창출도, 미래를 위한 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 기업의 성장과 외국 기업 유치도 그만큼 힘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혜택을 받지만 미래의 근로자는 희생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응하는 기업이 위와 같은 경로를 취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기 변동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힘들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예 인력 자체를 감축하는 노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독일, 싱가포르 등과 함께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AI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연구 업적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근로자를 위한 직장이 줄고, 평균 임금이 내려가고, 임금 양극화는 심화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처럼 뜻대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수년간 비정규직 처우가 개선되는지, 전체 고용이 증가하는지, 기업이 이윤 창출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노란봉투법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실패로 판명 난다면 비정규직 탄생의 원인인 노동시장 경직성부터 타파하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