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광장에 모여있는 비둘기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임형택 기자
서울역 광장에 모여있는 비둘기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임형택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들 발밑으로 비둘기 15마리가 광장을 점령했다. 벤치 주변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과 과자 부스러기가 널려 있었다.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비둘기에 놀라 걸음을 멈추는 시민이 여럿이었다. 직장인 김미화 씨(31)는 “노숙인들이 먹이를 주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상징인 서울역이 비둘기 떼에 점령당했다는 인식을 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서울시가 비둘기 먹이주기에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비둘기가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역 등 일부 지역은 단속할 수 없는 사각지대로 남아 ‘비둘기 천국’이 되고 있다.

서울시와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조류 현안 대응 및 공존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역 일대에서 관찰된 집비둘기는 최대 351마리로 서울 시내 조사 지점 45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평균 개체 수도 147.9마리였다. 먹이주기 금지구역이 아닌 곳 중에서는 청량리역(151마리), 올림픽공원(143마리)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비둘기가 많은 곳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많이 오가고,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 일이 잦으며, 오랜 기간 먹이가 끊이지 않은 장소라는 점이다. 서울역과 청량리역이 대표적으로 이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이다. 문제는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집비둘기는 강한 산성의 배설물로 건축물과 문화재를 부식시키고 털 날림, 세균 번식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 이 영향으로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서울시에 접수된 비둘기 민원은 2020년 667건에서 지난해 1658건으로 6년 새 2.5배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숲, 한강공원 등 38곳을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금지구역에서 먹이를 주면 1회 20만원, 2회 50만원, 3회 이상은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비둘기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서울역은 단속 지역에서 벗어나 있다. 시 조례가 적용되는 관리 시설이 아니어서 관할 자치구인 중구가 따로 조례를 만들어 금지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관련 절차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집중 관리하는 곳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최근 서울시 자연자원팀과 함께 둘러본 보라매공원에서 눈에 띈 비둘기는 한두 마리뿐이었다. 지난해까지 서울 시내 대표적인 비둘기 밀집 지역이었다. 지난해 먹이주기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뒤 서울시는 공원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하루 8~10차례 순찰을 돌며 먹이주기 행위와 비둘기 밀집 여부를 점검한다. 공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 비둘기 관련 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