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시중은행의 남는 돈을 받아줄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를 연 2.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예금금리와 함께 3대 정책금리로 통하는 기준금리(주요 재융자 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연 2.40%와 연 2.65%로 0.25%포인트씩 올렸다. 세계 주요 7개국(G7) 경제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ECB가 처음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자 통화정책 방향을 서둘러 긴축으로 전환한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초래한 고물가 대응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공통된 고민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거론한 것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와 이달 1일 한은 국제콘퍼런스 대담에 이어 세 번째다. 다음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물가 상승과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 예상은 오는 15~16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75%인 기준금리를 연 1.0%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데 맞춰졌다. 18일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중앙은행(Fed)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기록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긴축적 통화정책 전환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물가 불안이 지속되면 거시 경제 안정을 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저소득층 생계 부담이 커지며 자산 가격 급등을 부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이 초래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늘리는 만큼 가뜩이나 힘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게 된다. 증시 등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