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0·0·7'로 뛰는 C게임, 발 묶인 K게임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게임회사 임원은 “‘0·0·7’로 불리는 상시 개발 체제에 정부 지원과 자본력까지 더해진 중국 게임회사가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에서 생긴 신조어인 0·0·7은 0시부터 0시까지 주 7일 근무한다는 뜻으로,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을 넘어 심야·주말에도 일하는 근로 행태를 일컫는다.

이를 무기로 과거 한국 게임을 베껴 중국에서 팔던 중국 게임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이젠 안방인 한국 시장마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이 묶인 한국 게임사들은 방어하는 일조차 힘겨워한다. 신작 출시와 대규모 업데이트 때 업무가 몰리는 구조를 갖춘 국내 게임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재량근로제’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고 정부에 8년째 요구하는 배경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방식과 시간 배분을 근로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직무에 관해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고용노동부와 게임 제작 직무의 재량근로제 적용 범위를 협의했지만, 논의 수준은 현행 가이드라인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노동 논란과 일부 기업의 야근 수당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세부 직무를 지침에 열거하는 데 신중하다. 부처 간 논의가 해석 수준에 머물자 국내 게임사는 중국 게임의 속도전에 맞설 수 있는 기준조차 손에 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사이 게임 개발 현장의 병목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최장 수년까지 걸리는 게임 개발은 기획, 그래픽, 아트, 품질관리가 맞물려 돌아간다. 출시 직전과 대형 업데이트 땐 여러 직군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직무별 기준이 모호해 국내 게임사는 재량근로제를 활용할 수 없고, 실제로는 비공식 야근과 재택 대응으로 버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신작을 쏟아내는 동안 국내에서는 제도에 막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2023년 국내 게임산업은 처음으로 뒷걸음쳤고, 다음 해 매출도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사이 ‘원신’ ‘붕괴: 스타레일’ ‘명조’가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검은 신화: 오공’은 중국 게임의 기술력을 각인시키며 한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정부가 재량근로 기준만 만지작거리며 시간과 책임을 함께 흘려보내고 있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기준이라도 빨리 정해달라는 게임업계 요구를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