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간 출신이 이끄는 여신금융협회의 과제
“오랜만에 민간 출신 협회장이 나왔지만 업계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만난 한 카드회사 사장은 오는 16일 취임하는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선거는 이례적으로 치열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협회장으로 내정됐다.

정완규 현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8개월 만에 리더십 공백이 해소된 것도 의미가 있지만 7년 만에 ‘비(非)관료’ 협회장이 등장했다는 점이 더 주목받는다. 2010년 협회장이 상근직으로 전환된 뒤 역대 협회장 6명 중 5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민간 출신은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2016~2019년)이 유일했다.

이 내정자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업권 이해도다. 그는 KB국민카드 대표와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여신업계 현안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임 협회장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문제다.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2조3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줄었다. 올 1분기엔 업계 1·2위인 신한·삼성카드의 순이익마저 15% 안팎 감소했다.

수익성 하락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의 영향이 크다. 수수료율은 적격비용(원가)에 마진을 더해 산정한다. 2012년 적격비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 한 번도 수수료율이 인상되지 않았다. 카드론 의존도가 높아져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들은 지 오래다.

새 먹거리 발굴도 지지부진하다. 차기 결제망 생태계의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카드사는 뒷전이다.

캐피털업계 상황은 더 절박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악화한 업계 건전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숙원 사업인 렌털 자산 취급 한도 규제 완화도 요원하다. 렌털 시장으로 덩치를 키우지만, 렌털 자산이 본업인 리스 자산을 넘지 못하게 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민간 출신 수장을 반기면서도 관료 출신보다 당국과의 교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수료율 정상화, 렌털 자산 확대 등 규제 완화를 끌어내기엔 힘이 달릴 것이란 시각이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협회장 출신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관료 출신 협회장들도 규제 완화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출신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전문성’과 ‘소통’이다. 신임 협회장이 당국과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규제 실타래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