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회사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뒤 상장과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하려 했던 기업들은 경영 전략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공표될 예정이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다음주 이후로 미뤄질 예정이다. 대략적인 틀은 정해졌으나 최종 세부안을 놓고 금융위원회 등 정부 기관과 한국거래소 등이 조율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기업마다 처한 지배구조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의 특수성을 규제 범주에 일괄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처 및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7월 초부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일정을 맞추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과 관련한 규정을 개정하려면 개정안 예고 후 최소 7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까지 차례로 밟아야 한다.

오는 24일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서 안건을 검토한 뒤 곧장 긴급 안건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있지만, 정식 의견 수렴과 조율 속도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일러야 7월 중순 이후에야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고 움직이려던 기업의 기다림도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중복상장 이슈로 덕산넵코어스, 디티에스 등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은 수개월째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상장 자회사인 휴온스랩과 코스닥시장 상장사 휴온스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휴온스그룹도 사실상 중복상장이라는 일부 주주의 반대에 부딪혔다. 휴온스그룹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합병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가이드라인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 밖에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등도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며 상장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