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소발전 손 떼나…연료전지 사업자 지원 폐지 수순
정부가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장기계약으로 사들여 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사실상 유일한 수요자인 정부가 구입을 포기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수소연료전지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경 프리미엄9 6월 4일자 참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축소한 930기가와트시(GWh)로 설정했다고 9일 밝혔다. 2027년 이후 물량은 수립 중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사실상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종료하는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구매 물량을 총 2230GWh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올해 구매량 930GWh를 제외하면 앞으로 2년간 구매 물량이 기존의 1년 치에 불과한 1300GWh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은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만드는 전력 생산 방식이다. 송전망이 부족한 수도권 도심과 산업단지 인근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로 전력을 생산하는 분산형 전원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의 초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핵심 수단이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일반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자의 판로를 보장하기 위해 2023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한국전력 등을 통해 매년 약 1300GWh 규모의 전력을 구매했다.

정부가 180도 방향을 바꾼 배경으로는 상당수 발전용 연료전지가 천연가스의 화학구조를 바꿔서 생산하는 ‘그레이수소’를 사용한다는 점이 꼽힌다. 그레이수소는 수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란 것이다.

업계는 국내 청정수소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레이수소를 사용하는 것일 뿐 현재의 연료전지 기술로도 청정수소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은 탄소 감축 수단이라기보다 청정수소로 넘어가기 전에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가교시장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소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이 위축되면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수전해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전지와 수전해는 ‘동전의 양면’으로 불릴 정도로 핵심 소재와 부품, 인력 기반을 상당 부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당장 두산퓨얼셀과 SK에코플랜트 등 연료전지 사업을 기반으로 수전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