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해산 참치
참치와 백상아리, 고등어 같은 빠른 속도로 유영하는 물고기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호흡(램 환기법)한다. 이들을 잡아서 물 밖으로 꺼내는 순간 바로 죽는 이유다. 지방이 많아 상하기 쉬운 참치는 잡자마자 바로 손질해야 하는 까닭에 냉장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인기 있는 생선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참치 소비국인 일본에서도 옛 귀족의 밥상에는 참치보다는 담백한 흰살생선인 도미와 잉어가 올랐다.
길이 4.2m에 무게 680㎏까지 자라는 참치는 잡아도 ‘처치 곤란’인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까지 캐나다 노바스코샤 인근에서 스포츠 낚시로 잡은 대형 참다랑어는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미국으로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화물 수송기가 텅 빈 채 돌아가는 모습을 본 일본 상사맨들은 버려지는 참다랑어를 헐값에 사서 화물칸을 채웠다. 천대받던 참치가 고급 식자재로 변신한 출발점이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참치는 체내에 아데노신3인산(ATP)을 다량 축적한다. 참치가 죽으면 이 ATP가 이노신산(IMP)으로 전환되는데 이것이 감칠맛의 근원이다. 대형 참다랑어와 눈다랑어는 감칠맛을 살린 횟감과 초밥 재료로, 씨알이 작은 가다랑어는 통조림 원료로 사용된다.
동원산업이 국내산 참다랑어 유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이다. 지구 온난화로 국내 바다에서 잡히는 참치 양이 늘어난 영향이다. 울진, 영덕, 포항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2020년 25t이던 다랑어류 어획량은 2024년 996t으로 40배 가까이 증가했다. 참다랑어 쿼터를 넘겨 잡힌 탓에 폐기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1980년대 참치 통조림 등장으로 국민의 밥상 풍경을 바꾼 참치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모습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