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와 D램 제조업체 CXMT,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 중국기업들을 중국의 ‘군사기업’으로 8일(현지시간) 지정했다. 해당 기업들은 일단 미국 정부의 방산계약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민간기업들과의 거래도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혁신산업 기업 대거 추가

< NBA 보러 간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NBA 파이널 3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NBA 보러 간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NBA 파이널 3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국방수권법 1260H조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188개 기업을 나열한 이 명단에는 전기차와 배터리부터 로봇과 바이오까지 중국에서 혁신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거 추가됐다. 드론 기업 DJI 등 130개가 포함됐던 지난해 명단과 비교해 대상이 크게 늘었다.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민간 기관으로 보이는 중국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과 전문 지식을 습득하려 한다”며 군사기업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의 군대나 안보기관이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중국의 방산산업의 기틀이 되는 기업은 문제기업으로 분류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명단에 대거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기업이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알리바바다. 미 국방부는 이 회사가 중국 산업정보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중국의 국방산업 기반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SCCCP)는 성명을 통해 이 명단 지정이 “미국 기업, 모든 정부기관, 그리고 미국 국민에 보내는 경고”라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들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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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지난 2월에도 이 명단을 일시적으로 게시했다가 몇 분 만에 철회했다. 당시에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제외됐으나 이번에는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당시 미중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를 백악관이 국방부에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자동차 제조업체인 BYD가 포함된 배경에 대해서도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BYD 등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언급했으나, 이번 명단 포함은 미국 내에서 이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은 “미중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쟁을 멈춘 것이 아니고 경쟁이 지속되는 분야를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 세계 최대 무선 공유기 업체인 TP링크 중국법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인 우시앱텍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의 항변이 잇따랐다. 알리바바는 성명을 통해 “중국 군사기업이 아니며, 어떤 군민융합 전략에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두도 자신들을 군사기업으로 지정한 것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우시앱텍 대변인은 로이터에 이번 지정이 “명백한 실수”라면서 법적 조치를 거론했다.

◇韓 기업 수혜볼까

미 국방부는 이달 말부터 명단에 오른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게 금지된다. 내년부터는 제3자를 통해서도 이들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다. 이 결정 자체로 미국과의 거래가 모두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방부와 협력 관계인 민간 기업들은 해당 기업들과의 거래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CNBC는 평가했다. 일부 기업들은 향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에 대한 제약이 커지면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추격해 온 CXMT와 YMTC가 명단에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생물보안법이 통과될 경우 우시앱텍 대신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 미국 배터리나 전기차 시장이 중국에 열리는 시기가 늦춰지면 국내 배터리 및 완성차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