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功九過一 'K자본'에 걸맞은 응원을
자본주의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미완의 제도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에 성실히 답하면서 끝없이 진화하는 혁신 체제이기도 하다. 미국 앤스로픽과 스페이스X의 최근 행보는 자본주의가 도달한 혁신성과 역동성의 놀라운 수준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앤스로픽은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1조달러 달성이 목전이다. 스페이스X는 더 인상적이다. 지난해 7조원이 넘는 큰 손실을 냈고 당분간 수익을 못 낸다는데도 시장은 열광한다. IPO 설명서에는 “우리 임무는 우주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고 인간 의식의 빛을 별들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적혀 있다. 우주와 별과 인간을 논하는 자본의 등장이라니….

굳이 외국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K이니셔티브야말로 자본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이즈음 K반도체의 질주는 경이롭다. 삼성전자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488조원(블룸버그 추산)으로 세계 1위가 유력하다. 세계 최대 기업 엔비디아(485조원)를 앞섰고 천하의 구글 애플 MS의 두 배 규모다. SK하이닉스도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 연속 ‘70%대 영업이익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예상된다.

K자본의 질주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틀라스 로봇을 앞세워 피지컬 AI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중국 러시아 독일을 제치고 지난해 수출 4위에 오른 방위산업 질주도 놀랍다. 나토 회원국 대상 수출만 따지면 미국에 이어 2위다. 조선·원전은 세계 최고의 기술·건조 능력을 공인받았고, 자동차는 ‘글로벌 빅3’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최근엔 화장품이 프랑스를 뒤쫓으며 수출 2위에 올랐다.

경제지표가 노는 물도 달라졌다. 수출 세계 4위 진입이 눈앞이다. 우리 앞에는 중국 미국 독일뿐이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도 급증세다. 1분기 경상흑자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1986년 감격적인 첫 경상흑자 이후 40년 만에 ‘넘버 2’에 올랐으니 이 또한 상전벽해다.

K자본의 성공 비결은 사명감 높은 정부와 창의적 민간의 호흡이다. 박정희 정권이 1973년 중화학공업 육성을 선언하자 ‘산업혁명 이래 선진국의 독점 영역’이라며 대부분이 코웃음쳤다. 하지만 2년5개월 만에 국토대동맥을 잇고, 포항제철을 완성했다. 이들을 능가하는 대역사로 불린 울산석유화학단지 조성도 맨땅에 헤딩하듯 해치웠다.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산업 폭발”(오원철 당시 상공부 장관)이 일어난 배경이다.

민간의 노력은 더 빛났다. 창업가 정주영의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 역사’로 불린 주베일항만공사를 성공시키며 오일쇼크 극복에 큰 몫을 했다. 창업가 이병철은 74세 때인 1983년 ‘미래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에 올인해 5000만 국민에게 큰 유산을 남겼다.

K자본의 예민한 후각과 야성적 도전은 이제 세계의 AI 혁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K반도체는 컴퓨팅 패러다임을 진화시키며 인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모멘트’라는 낮은 단계의 특이점을 만들어냈다.

세계 경제사에 기록될 성취지만 K자본을 대하는 국내 시각은 꽤나 냉랭하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이익 공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기업가 정신으로 없는 길을 헤치며 얻어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어불성설이다. 반도체만 해도 불과 약 1년 전에 ‘겨울이 온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나오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기적 같은 성과를 낸 K지배구조를 족벌 체제로 낙인 찍고 옥죄려는 시도도 여전하다. 세계 최강 규제의 상법·노란봉투법으로 냉철한 분석과 과감한 투자의 주역인 지배주주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다. ‘인간을 소외시키는 근원적 악’으로 자본을 인식하는 선입견이 여전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자본이야말로 부는 물론이고 자유와 문명을 몰고온 발명품이다. 자본이 거의 없는 북한에 비인간적 노동이 횡행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이 자본주의 성장 동력”이라고 했다. K자본의 대약진으로 K기업 집단은 혁신가의 자격을 획득했다. 전횡은 비난·견제받아 마땅하고 더 좋은 제도를 향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균형감도 필수다. 특정 자본의 잘못으로 전체를 도매금에 넘기는 일반화는 곤란하다. 그런 기준이라면 노동, 정부, 국회 모두 악일뿐이다. K자본에 예찬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응원이 필요하다.